일본은행 차기 총재에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그가 일본은행 통화정책회의 내 견제를 어떻게 추스를지가 관건이라고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저널은 구로다와 함께 부총재로 유력시되는 2명 가운데 나카소 히로시(中曾宏) 국제담당 이사가 그런 인사의 한 명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78년 일본은행에 들어와 잔뼈가 굵은 히로시는 퇴진하는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총재의 '신중한' 통화 정책 기조에 젖어 있는 인물이라고 저널은 분석했다.
반면, 또 다른 부총재로 유력시되는 이와타 기쿠오(岩田規久男) 가쿠슈인(學習院) 대학교수는 일본은행이 디플레 타개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온 구로다의 원군이라고 저널은 덧붙였다.
따라서 구로다가 취임해 9인 통화정책회의를 자기 뜻대로 운용하려면 나머지 6명의 이사를 잘 공략해야 한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바클레이즈의 일본 국채 수석 전략가 모리타 초타로는 저널에 "구로다가 통화 정책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려고 하면 통화정책회의에서 일부 반대표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구로다 선임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은행 통화 정책을 놓고 지도부의 격렬한 논쟁이 일어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모리타는 지적했다.
저널은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새로 임명된 사토 다케히로(佐藤健裕)와 기우치 다카히데(木內登英) 두 위원이 지난달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 목표치를 2%로 배증하는 데 반대한 점을 상기시켰다.
민간 출신인 두 사람은 그간 금융 완화론자로 분류됐기 때문에 시장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저널은 구로다와 이와타가 최근 잇따라 "디플레 타개를 위해 뭐든 해야 한다"고 밝혔음을 상기시키면서 사토와 기우치 두 위원이 새 총재단의 이들 두 강성 인사를 견제할 것이 뻔하다고 내다봤다.
이와타는 25일 기자회견에서는 "디플레 타개가 일본은행의 의무"라고 까지 발언했다.
이런 이와타에게는 그간 시라카와 체제에서 '외롭게' 완화론을 고수해온 미야오 류조(宮尾龍藏) 위원이 원군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그간의 통화정책회의에서 8대 1로 완화를 고집해온 미야오는 인플레 목표치 상향에 물론 찬성했다.
또 다른 금융계 출신인 이시다 고지(石田浩二) 위원은 적극적 금융 완화론자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해 12월 통화정책회의 때 유럽중앙은행(ECB)처럼 적극적으로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하자는 구상을 냈으나 나머지 위원이 모두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시라이 사유리(白井早由里) 위원도 디플레 타개에 적극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저널은 나머지 9번째 인물도 구로다를 견제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전력 사장을 지내고 지난 2010년 일본은행에 들어온 모리모토 요시히사(森本宜久) 위원이 만만치 않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시라카와의 신중한 통화 정책을 줄곧 지지해온 그는 지난주 연설에서 일본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채권을 대대적으로 사들이는 것이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