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th 아카데미] "이변보단 명분"…'아르고'를 선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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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25일(한국시각)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문가들의 예측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은 결과를 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주요 매체들이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아르고'를 점쳤고, 남녀 주연상과 조연상 역시 예상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벤 애플렉 감독의 '아르고'는 작품상을 비롯해 편집상과 각색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해 주요 비평가상의 감독상을 휩쓸었던 애플렉은 아카데미에서 감독상 후보 지명조차 되지 못한 설움을 당했지만, 결국엔 작품상으로 한을 풀었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비롯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른 후보작들에게도 영광을 돌립니다. 15년 전에 제가 이 자리에 섰을때 그때는 무슨일이 일어나는 줄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늘 이 자리에 다시 섰고, 앞으로도 더욱더 열심히 일할것입니다"라며 감격어린 수상 소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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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애플렉은 1998년 '굿 윌 헌팅'으로 맷 데이먼과 함께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할리우드에 갓 입성한 신인 배우였던 애플렉은 15년 만에 할리우드의 일급 감독으로 성장해 제85회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됐다.

시상식 전부터 작품상은 '아르고'와 '링컨'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였다. 두 작품 모두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미국의 근현대사 속 실화를 다뤘고, 흥행과 비평 면에서도 고른 평가를 받았다.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프 파이'의 경우 작품의 완성도와 3D를 예술에 경지에 올려놓은 미학적 성취를 생각하면 앞의 두 작품보다 뛰어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감독에게 인색한 아카데미 위원들의 성향상 작품상을 줄 리 만무했다.

영부인인 미셸 오바마가 작품상을 발표하는 분위기로 봤을때는 '링컨'이 받지 않을까 하는 예감도 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링컨 대통령의 정치 철학을 지지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미국에서 '링컨'이 개봉했을 때 일각에서는 13번째 미국 헌법 개정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링컨의 모습을 통해 오바마의 의료보험제도 개혁을 지지하고자 하는 숨은 비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미셸 오바마는 작품상에 '아르고'를 호명했다. 결국 아카데미의 위원들은 미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두 편의 작품 중 보다 가까운 현대사를 다뤘으며, 보다 참식한 시각이 살아있는 영화를 택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라이프 오브 파이'는 감독상(이안)을 비롯해 촬영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12개 부문으로 올 시상식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링컨'은 남우주연상(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미술상 2관왕에 그쳤다.

비교적 고른 분배였지만, 이변이라고 할만한 수상은 없었다.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9편의 영화들의 작품성과 배우들의 연기력의 편차가 크지 않아 작은 이변들은 있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안 감독이 유력한 후보였던 스티븐 스필버그를 제치고 감독상을 수상했다는 점과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크리스토프 왈츠가 역시 강력한 수상 후보였던 '링컨'의 토미 리 존스를 제치고 남우조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누가 받아도 무리가 가지 않을만큼 각축이 예상됐던 부문이었기에 이 결과에 대한 이견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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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녀주연상은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링컨'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의 제니퍼 로렌스에게 돌아갔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이번 수상을 통해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3회 수상한 남자 배우가 됐다.

이날 시상식은 아카데미 특유의 축제 분위기를 살려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다. 영화 '19곰 테드'의 연출과 더빙에 참여했던 세스 맥팔레인 감독은 재치있는 언변으로 무난하게 시상식을 이끌어갔다.

볼거리는 풍성했다. 뮤지컬 영화로는 오랜만에 작품상 후보에 오른 '레미제라블'팀은 휴 잭맨, 앤 헤서웨이 등 출연진 대다수가 무대에 올라 OST를 라이브로 선사했다. 또 탄생 50주년을 맡은 '007 시리즈'의 특별 무대가 이어졌고, '007 스카이폴'로 주제가상을 수상한 영국 가수 아델도 무대에 올라 뛰어난 가창력을 뽐냈다.  

한편,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오스카 수상을 기대케 했던 이민규 감독의 '아담과 개'는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수상에 실패하며 노미네이트에 만족해야 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이하 수상자 및 수상작-

▲작품상= '아르고'

▲감독상= 이안('라이프 오브 파이')

▲남우주연상=다니엘 데이 루이스('링컨') ▲여우주연상=제니퍼 로렌스('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남우조연상=크리스토퍼 왈츠(장고 : 분노의 추적자')▲여우조연상=앤 헤서웨이('레미제라블')

▲단편 애니메이션상='페이퍼맨'▲장편 애니메이션상='메리다와 마법의 숲'

▲촬영상='라이프 오브 파이'▲시각효과상='라이프 오브 파이'▲편집상='아르고'

▲각색상='아르고'▲각본상='장고:분노의 추적자'

▲음향상='레미제라블'▲음향편집상='제로 다크 서티'-'007 스카이폴'

▲시각효과상= '라이프 오브 파이' ▲분장상='레미제라블'▲미술상='링컨'▲의상상='안나 카레리나'

▲주제가상='007 스카이폴'▲음악상='라이프 오브 파이'

▲외국어영화상='아무르'

▲장편 다큐멘터리상='서칭 포 슈가맨'▲단편 다큐멘터리상='이노센테'▲단편 영화상='커퓨'

▲공로상=제프리 카젠버그 외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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