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공직사회가 개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철밥통'으로 상징되는 관료사회의 조직문화가 이번에도 수술대 위에 오른 것이다.
5년 전 '이명박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위한 실용주의를 모토로 공직사회에 깊게 뿌리를 내린 규제의 '전봇대'를 뽑아내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이제 출발점에 선 새 정부의 공직사회 개혁 키워드는 '정부 3.0'으로 요약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21일 새 정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추진기반으로 '신뢰받는 정부'를 내걸며 공직사회 개혁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국민의 안락한 삶을 중심에 둔 통합형ㆍ소통형 정부 운영을 내세우면서 '부처의 벽을 넘어 국민에게 봉사하는 통합형 정부'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투명한 정부' '성과를 중시하는 유능한 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폐쇄적인 관료사회에 개방과 공유, 협업과 소통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투명하고 유능한 정부를 구현함으로써 국민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박 당선인이 그동안 부처간 융합과 칸막이 철폐를 강조해온 부분에서 잘 드러난다.
공직사회가 부정부패의 그늘에서 벗어나 청렴하고 깨끗한 정부로 거듭나는 것도 주요 개혁 목표 가운데 하나다. 박 당선인은 대통령 친인척과 실세를 감시하고 수사하는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검찰도 개혁 대상에 포함됐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충실히 보장된 상태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법 집행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당선인은 또한 무사안일과 보신주의로 흔히 일컬어지는 공무원 사회의 행태를 뜯어 고치기 위한 감사를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 30일 인수위 정무분과 국정과제토론회에서 감사원 감사의 방향에 대해 "'왜 해주었는가'를 묻는게 아니라 '왜 해주지 않았는가'를 묻는 국민을 도와주는 감사가 아주 좋은 방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당선인은 '공직자 면책제도'의 적극적 활용을 언급하면서 "접시를 닦다가 깨뜨리는 것은 용납될 수 있지만 아예 깨뜨릴 것이 두려워서 닦지도 않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박 당선인이 이처럼 공직사회에 대변화를 위한 여러 방안과 방향을 제시했지만 과연 제대로 먹혀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료 사회는 국정 최고책임자의 국정철학에 맞춰 수술대에 올랐지만 특유의 관료주의적 문화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공무원 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보다는 자기 자신과 몸담은 조직을 보호하겠다는 보신주의가 여전하다는 점에서 과연 공무원들이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칸막이를 허물어 개방과 공유, 협업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일부 부처는 정부 출범 전부터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박 당선인의 '관료 중심주의' 인선을 놓고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부처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관료 출신이 내각에 대거 포진하면서 이들이 과연 책임장관제 취지에 부합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개혁과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없지 않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오히려 국회 인사청문을 앞두고 공직 퇴임 후 경력이 문제가 되며 '전관예우'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결국 박 당선인이 공무원 사회를 장악해 개혁과 변화를 이끌면서 '일 하는 분위기'를 조성, 초기부터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는 박 당선인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시급한 문제, 즉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고조, 세계적 경기 침체와 복지에 대한 강력한 국민적 요구 등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지만 공직사회의 개혁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안보, 민생, 경제, 복지 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공직사회 개혁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박 당선인이 실천의지를 얼마나 가지느냐에 따라 공직사회 개혁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역대 정권에서도 방향성은 다 있었지만 문제는 얼마나 우선과제에 두느냐, 개혁에 대한 방법론적 정교함이 있느냐가 문제였다"며 "당선인은 지금처럼 나홀로, 조용히 국정을 운영하면 안된다. 끊임없이 부지런히 현장을 찾아 소통하면서 모니터링을 하고 공무원들에게 긴장감을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