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턱돌이'가 병원에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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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NBA 올스타전. 미국 프로농구 별 중의 별들이 모인 최대 이벤트죠. 격렬하면서도 화려한 플레이가 펼쳐지던 3쿼터 중반, 작전 타임과 함께 텅 빈 코트에 구단 마스코트들이 등장합니다. 공기를 넣어 부풀린 튜브 형태의 알록달록 귀여운 마스코트들은 앙증맞은 춤으로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마스코트들이 펼치는 ‘댄스 타임’은 올스타전의 또 하나의 볼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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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스코트들이 선수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활약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마스코트들의 존재감이 영 신통치 않습니다. 경기 전에 조금 움직이다가 그라운드 구석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런 분위기를 깬 마스코트가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턱돌이’입니다. 프로야구 팬 사이에서는 워낙 유명한 캐릭터라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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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돌이’ 길윤호씨는 마스코트 생활 11년 차 베테랑입니다. 그가 거쳐온 마스코트가 적지 않습니다. KIA ‘호돌이’로 시작해, 한화의 독수리 마스코트를 ‘역임’했고, 프로농구 전자랜드의 코끼리 캐릭터 ‘윤호’,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마스코트도 거쳤습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다양한 퍼포먼스에, 철저한 팬 서비스로 무장한 윤호씨는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법을 연구할 정도로 프로의식이 투철합니다. 일부러 넘어지는 것이 보이면 팬들이 재미없어 할까 봐, 어떻게 넘어지면 좋을지 6mm 카메라 여러 대를 가져다 놓고 직접 촬영하면서 이른바 ‘낙법’을 연구한다는 겁니다. 보통 노력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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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몸이 성한 곳이 없습니다. 고교 시절 야구 선수의 꿈을 접게 했던 어깨 부상의 후유증까지 남아 있어서 어깨도 아픕니다. 무거운 탈을 쓰고 뛰고, 비 때문에 경기가 취소되면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선보이다 보니 목 디스크 판정도 받았습니다. 선수들이 스프링 캠프에서 몸을 만드는 동안, ‘턱돌이’가 열심히 병원을 다니는 이유입니다. 넥센 선수단의 재활을 담당하는 전문의 이길용 원장은 “지난 해 시구를 한 여자 연예인들을 번쩍 번쩍 들 때 많은 팬들이 부러워했겠지만, 턱돌이는 엄청난 통증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턱돌이’의 프로 의식을 칭찬하면서도, 넥센 구단의 초대 ‘턱돌이’인 그를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대 ‘턱돌이’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윤호씨는 실제로 은퇴를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2년 정도 더 마스코트 일을 하면서, 다섯 가지를 다 이루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 첫 번째 목표는 그냥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었고

- 두 번째 목표는 마스코트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 세 번째는 다양한 방송 출연

- 네 번째는 경찰 표창 받기

- 다섯 번째, 스타 선수 못지 않은 은퇴식을 치르는 것.

네 가지 꿈을 모두 이뤘다는 그는 이제 마지막 은퇴식을 꿈꾸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들 못지않은 제대로 된 은퇴식을 하려면, 그만큼 팬들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아야 한다는 것을 길윤호씨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턱돌이’가 2013년 시즌 전보다 더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턱돌이’는 올 시즌 와이어를 이용해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는 강렬한 이벤트를 꼭 보여줄 것이라고 살짝 공개했습니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의 유명한 마스코트 'BㆍB'와의 만남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곰 캐릭터인 'BㆍB'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팬들도 있다고 하죠. 'BㆍB'는 비시즌에도 다양한 활동을 합니다. 최근에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스키 마라톤 대회에 탈을 쓴 채 10km 부문에 출전하기도 했고, 농구장에 ‘게스트 캐릭터’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니혼햄 파이터스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BㆍB'의 일정을 상세히 소개할 정도입니다. 윤호씨는 이렇게 사랑 받는 일본의 국민 마스코트를 직접 만나 한 수 배워보려는 것입니다.

몸이 아파 진통제를 먹고 팬들 앞에 나서도 팬들이 함성을 지르며 즐거워하면, 아픈 것도 잊고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길윤호씨. 그의 마스코트 연기를 볼 수 있는 시즌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마스코트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턱돌이’의 명품 연기, 즐길 수 있을 때 즐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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