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을 통해 이미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한 핵탄두를 개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러시아 핵전문가가 13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의 권위 있는 핵문제 전문가인 블라디미르 노비코프 전략연구소 국방정책실 부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과 서방 국가들이 발표한 북한 핵실험장 인근의 지진 규모(리히터 규모 약 5)로 볼 때 핵 폭발력은 5~10 킬로톤(kt)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는 2차 핵실험 때보다 훨씬 큰 폭발력으로 기술적 측면에서 보자면 성공한 실험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한 듯" = 노비코프 부실장은 그러면서 "북한 당국의 발표처럼 북한이 핵탄두의 소형화 및 경량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며 이미 탄도미사일에 실을 수 있는 원시적 수준의 핵탄두를 개발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탑재하기 위해선 핵탄두의 소형화ㆍ경량화 외에 대기권 재진입에 필요한 열차단장치 개발 등의 복잡한 기술적 문제가 남아있다"며 "아직 북한이 그러한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보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노비코프는 북한의 핵실험에 앞서 일부에서 제기했던 수소폭탄 장치 실험 가능성에 대해선 "일반적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기술은 차원이 전혀 다른 것이며 통상 수십 차례의 일반 원자폭탄 실험을 한 뒤에야 수소폭탄 개발 단계로 넘어간다"며 북한이 원시적인 수준이라 하더라도 수소폭탄 장치를 실험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은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이번에 실험한 것이 우라늄 폭탄인지 플루토늄 폭탄인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 "추가 핵실험 한다면 우라늄 폭탄 가능성" = 노비코프는 북한이 조만간 추가 핵실험을 실시할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한이 플루토늄 핵무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추가 실험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실제 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플루토늄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며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 핵장치가 6~8개 정도로 추정되는데 5개를 실험에 써버리고 나면 겨우 3개 정도만이 실제 핵무기용으로 남는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보유량이 많지 않은 플루토늄을 실제 무기용으로 아껴두기 위해 무리한 핵실험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굳이 추가 핵실험을 한다면 아직 한 번도 실험해보지 않은 우라늄 핵장치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관측했다.
그는 또 소형화한 핵탄두 모형을 장거리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린 뒤 원격자료를 통해 탄두 비행에 관한 정보를 얻는 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 "北 핵시설 선제타격 방안은 위험한 발상" = 노비코프 부실장은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의 핵시설 및 핵무기 발사장에 대한 선제타격 방안에 대해선 아주 위험한 비정상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노비코프는 싫든 좋든 북한은 이미 사실상의 핵국가가 됐으며 핵무기를 가진 국가에 대한 군사공격은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모든 정찰 수단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의 핵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핵무기가 어디에 배치돼 있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만일 한ㆍ미 군사당국이 정확한 타격을 못해 북한이 핵무기를 이용한 반격에 나설 경우 그 결과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지하에 보관하고 있다면 이를 타격해 파괴하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라며 "미군의 실험 결과 지하 200~300m의 벙커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선 1~3 메가톤(mt)급의 핵무기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핵무기를 파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는 황당한 결정을 내릴 정치인이나 군인은 없을 것이며 재래식 무기로 지하시설을 파괴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 "北-美 협상만이 유일한 해법" = 노비코프는 북핵 문제 해결 방안과 관련 제재를 통한 해결 시도는 아무런 결과도 가져다주지 못했고 상황만 더 악화시켰다며 북한과의 협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서방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고, 북한 체제의 붕괴를 앞당기면서 동시에 북한 상황의 혼란도 초래하지 않는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며 "어떻게 이 세가지가 동시에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북한이 엄청난 돈과 자원, 노력을 들여 개발한 핵무기를 외부의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가 없이 스스로 포기할 리는 만무하다"며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는 길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통상ㆍ외교 관계를 수립하는 한편 경제 지원을 해주는 방안을 수립해 협상에 나설 경우 북한도 단계별로 핵무기 포기를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행동 대 행동' 차원의 포괄적 협상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틀 안에서나 양자회담 등을 통해 이러한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스크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