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서울대 출신 엄친아의 '박시후 예찬론'

[강선애의 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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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청담동 앨리스’에서 아르테미스 코리아 장띠엘샤 회장의 곁에는 항상 문비서가 있었다. 문비서는 때론 진지하게, 때론 코믹하게 행동하며 장띠엘샤의 일과 사랑을 도왔다.

배우 최성준은 장띠엘샤의 ‘귀요미 조력자’인 문비서로 활약하며 안방극장에 신선한 매력을 선사했다. 훤칠한 키와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최성준이 선보인 의외의 코믹 연기는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배우 최성준’이 누군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만나본 최성준은 문비서와 달랐다. 촐싹거리며 주책없이 떠드는 문비서와 달리,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무게감이 있었고 진지한 이야기를 즐길 줄 아는 남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성준이 문비서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 바로 배우 박시후에 대한 생각이었다. 문비서가 장띠엘샤를 따랐던 것처럼, 최성준에게 박시후는 선배 배우 그 이상이었다. 최성준은 인터뷰 내내 박시후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마지막은 박시후 예찬으로 귀결됐다. 신기한 노릇이었다.

▲ “원래 성격은 문비서와 달리 조용해요”

“원래 전 조용한 거 좋아하고, 어디 나서서 웃기고 그런 성격이 아니에요. 문비서를 연기하며 많이 활달해진 거죠. 주변에서도 저보고 웃기대요. 요즘엔 친구들이 이름 대신 ‘문비서’라고 불러요. 아는 형님들의 형수님들도 팬이라고 해주시고.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문비서 캐릭터에 애착이 많이 가요. 엊그제 ‘청담동 앨리스’의 첫 대본리딩을 한 거 같은데, 벌써 종영하다니 많이 아쉬워요.”

사실 문비서 캐릭터가 처음부터 코믹한 건 아니었다. 원래 시놉시스 상에서 문비서는 40대의 나이에 딱딱한 느낌의 전형적인 비서 캐릭터였다. 근데 실제 촬영하면서 문비서는 최성준표 귀여운 비서로 탈바꿈했다.

“감독님이 많이 조언해 주셨지만, 문비서 캐릭터 성격이 바뀌면서 당황하긴 했어요. 그 때 옆의 (박)시후형과 편하게 얘기 나누며 같이 문비서 캐릭터를 만들어갔어요. 시후형의 도움을 많이 받아 문비서가 탄생했죠. 극중에서 장띠엘샤 회장이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게 옆에 있는 문비서에요. 그러다보니 둘이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상황들이 나온 거죠. 원래 시놉시스의 캐릭터에서 바뀌면서 더 재미있게 촬영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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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출신 엄친아, 배우의 길을 걷다

최성준은 지난 2004년 박카스 ‘첫 출근편’ 광고로 데뷔한 이후 드라마 ‘궁’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 얼굴을 알렸다. 그는 데뷔 때부터 잘생긴 외모에 서울대에 재학 중인 재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TV에서 최성준이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 다녔어요. 학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인생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였죠. 여러 가지 경험을 했어요. 외국계 회사에서 인턴도 했고, GRE 공부도 했고, 일본어를 공부해서 능력시험도 보고, 외국에도 나가보고. 제가 앞으로 인생에서 뭘 하면서 살아야 할 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결정했죠. ‘배우를 하고 싶다, 할 거면 한 번 제대로 해보자’라고.”

최성준은 어릴 적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한국에서 외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체육교육학과에 진학했다. 영어, 불어,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스페인어와 중국어도 배웠다. 누가봐도 스펙이 빵빵한 ‘엄친아’다. 그런 그가 갑자기 연기를 한다고 하니 부모님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부모님이 반대했죠. 왜 어려운 길을 가려고 하냐고, 네가 진짜 연기를 잘해낼 자신이 있냐고 걱정하셨어요. 그래도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죠. 전 제가 즐겁게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제 진지한 마음을 알게 된 부모님은 그 후론 절 서포터 해주셨어요. 이렇게 배우가 될 줄 알았다면, 어릴 때부터 이 쪽 공부를 할 걸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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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한 형, 고마운 선배, 그리고 멋진 배우 박시후

최성준과 박시후는 소속사 한솥밥 식구임과 동시에 친한 형동생 사이다. 이들의 인연은 지난 2010년 서로 아는 지인 때문에 함께 월드컵 응원을 하며 시작됐다. 이후 사적인 자리에서 자주 만나며 친분을 쌓은 두 사람은 ‘청담동 앨리스’를 통해 처음으로 한 작품에서 연기호흡을 맞췄다.

“‘청담동 앨리스’ 오디션 볼 때 시후형한테 말도 안했어요. 형이 이미 주연으로 캐스팅된 상황이었는데도, 제가 감독님 미팅을 할 거란 소리를 안했죠. 감독님 미팅을 세 번인가 하고나서 문비서 역에 캐스팅이 됐고, 그제서야 시후형한테 작품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어요. 형은 축하한다고, 저한테 잘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응원해줬죠. 친한 형동생 사이에서 처음으로 배우 대 배우로 만났는데, 제가 정말 시후형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형한테 고마운 마음이 커요.”

극중 장띠엘샤 회장과 문비서의 코믹 호흡은 기대 이상이었다. ‘청담동 앨리스’가 조건없는 사랑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느라 로맨틱 코미디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장면들이 많았는데, 그 속에서 장띠엘샤 회장과 문비서가 함께 하는 장면은 늘 웃음을 선사했다.

“‘청담동 앨리스’가 전하는 메시지가 가벼운 내용이 아닌데, 그 와중에 회장님과 문비서가 티격태격하는 느낌을 시청자가 즐겁게 본 것 같아요. 심각하게 보다가도 문비서와 회장님이 나오면 편안하게, 중간의 쉬는 시간 같은 느낌으로 볼 수 있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극중 문비서 성격이 되게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 회장님이 정상이 아니라 문비서와 잘 맞은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비서가 있다면 채용이 됐어도 바로 잘리지 않았을까요?(웃음)”

‘친한 형 박시후’에서 ‘배우 박시후’를 처음 겪어본 최성준은 뭔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큰 가르침을 얻었다. 같이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형이 ‘배우’로 다가오는 순간, 최성준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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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장에서 보고 깜짝 놀란 게, 시후형은 장띠엘샤가 바로 연기로 나와버려요. 형이 원래 되게 조용한 성격이거든요. 근데 장띠엘샤를 연기할 땐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사투리를 쓰는 게 너무 리얼하게 나와요. 문비서가 그거에 깜짝 놀라는데, 실제로 제가 깜짝 놀라서 자연스럽게 연기가 된 거죠. 형이 잘하니 저도 같이 연기에 몰입이 됐어요. 시후형이 없었으면 절대로 못 해냈을 거에요. 형이 자신감도 불어넣어주고 도움도 많이 줘서 문비서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었어요. 문비서가 그냥 평범한 비서가 됐을 수도 있는데 형이 잘 끌어준 거죠.”

최성준은 “시후형은 사복 패션이 모델같다”, “시후형은 배려가 많다”, “시후형은 전에도 좋은 형이었지만, 이젠 멋진 선배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으면 시후형한테 소개시켜주고 싶다” 등의 말들로 박시후 칭찬, 아니 예찬을 이어갔다. 문비서가 장띠엘샤 회장을 존경하는 마음 못지않게, 최성준은 박시후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 밖 현실에서도 두 남자의 관계가 그렇게 두텁다보니, 문비서와 성격이 다르다 할지라도 최성준에게선 문비서가 또렷이 보였다.

그렇지만 이제 최성준은 문비서를 떠나보내야 한다. 아무리 고맙고 의미있는 캐릭터라 한들, 배우가 언제까지 과거의 캐릭터만 잡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최성준은 문비서와 천천히 이별하고 있다.

“문비서를 떠나보내기가 쉽지는 않을 듯 해요. 하지만 문비서를 비워야 제 안에 다른 걸 채워 넣을 수 있겠죠. 쉬지 않고 계속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 그래서 소속사에도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해뒀어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작품만 좋다면 다 해보고 싶어요. 연기 내공을 쌓고,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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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야기엔터테인먼트]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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