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고가 잇따른 보잉787 기종의 비행은 중단됐지만, 정작 사고 원인으로 지목돼 안전성이 의심되는 리튬 전지는 멀쩡히 '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도입한 신규 규정에 따라 리튬 전지는 사실상 보잉787기만 아니면 다른 항공기에 실려 얼마든지 비행할 수 있다고 AP통신이 4일 보도했다.
본래 미 당국은 보잉787기의 안전성을 검증하면서 발화 위험이 있다며 여객기를 통한 리튬 전지 운반을 금지했다.
그러나 리튬 전지가 항공기 동력원으로 쓰이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운반할 수 있게 하는 신규 규정이 지난달 7일부터 적용됐다.
이날은 보스턴 공항에 있던 일본항공의 보잉787기에서 전지 발화 때문으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한 날이다.
이에 대해 미 파이프라인·위험물질 안전청은 의회의 요청에 따라 수송 조건을 국제 규정에 맞추고자 전지 규정을 변경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국제 항공 규정을 마련하는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11년 10월 여객기의 리튬 전지 운송을 금지하는 규정에서 전지가 항공기 동력원인 경우를 제외하는 안을 채택했다.
ICAO의 규정은 보통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미 국내법에는 자체 항공 규정이 ICAO의 것보다 엄격할 수 없다는 조항이 존재한다.
이해 당사자인 전지업계와 운송업계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전지 운송규정이 바뀐 데는 항공업계의 편의도 작용했다.
여객기로 운반해야 전지가 닳거나 고장 난 항공기에 대체 전지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종사들과 안전관련 전문가들은 리튬 전지가 보잉787기의 비행을 중단할 만큼 위험하다면 같은 전지를 여객기가 실어나르는 것 또한 위험한 것이 당연하다고 반발했다.
짐 홀 전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위원장은 "NTSB 조사가 끝나고 사고 내용이 더 밝혀질 때까지 민간 항공기를 통한 리튬 전지 수송은 목적에 관계없이 모두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꿈의 항공기(드림라이너)'로 불리는 보잉787기는 지난달 7일 리튬 전지 화재에 이어 지난달 15일 전지에서 연기가 나 긴급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운항이 대거 중단됐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