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카락스 감독 "비평가 평론, 한번도 이해한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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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거장 감독 레오 카락스가 자신의 영화를 특정한 범주나 틀 안에 묶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4일 오전 서울 남대문구 회현동의 프랑스 문화원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에 참석한 카락스 감독은 "누벨 이마주에 있어 자신의 영화가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느냐"는 질문을 받고 "많은 비평가들이 내 영화를 두고 '누벨 이마주'니 뭐니 여러가지 말을 하는데 나는 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 한번도 이해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비평가들이 특정 감독의 작품에 대해 '영화가 구식이다 또는 혁신적이다' 평가하는데 그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카락스 감독은 1984년 영화 '소년, 소녀를 만나다'로 데뷔하면서 프랑스 평단으로부터 '누벨 이마주'(새로운 이미지를 추구한 1980년대 프랑스 영화감독들의 작품 경향을 일컫는 말)의 기수로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강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형식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카락스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규정짓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나는 비슷한 영화를 찍고 싶지 않다.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카락스 감독은 "16살 무렵부터 영화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면서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새로운 나라, 큰 섬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자주 보면서 인생을 다각도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섬에서 살고 싶어졌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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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카락스 감독은 영화를 찍고 난 뒤에는 자신의 작품을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내 작품을 두 번 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영화의 경우, 영화를 시작할 무렵에는 다양한 영화들을 봤는데, 요즘은 자국 프랑스 영화 뿐만 아니라 외국의 영화도 잘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카락스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 색깔을 확립해온 과정에 대해 "영화는 사람이 고안해낸 예술이라는 점에서 특이하고 놀랍다. 내 이전에 영화를 찍었던 사람들에게 큰 빚을 지었다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관객의 눈으로 영화를 보다가 그 영화들의 영향을 받으며 나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으로서 젊은 영화인에 대한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나는 영화의 원초적인 힘을 믿는다. 요즘 디지털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지만, 무성영화 시대의 원초적인 힘을 느낄 수는 없다"면서 "독일의 무성영화를 보면 신의 손길이 느껴진다고 생각될 정도로 대단하다. 유투브의 발달로 누구나 영상을 만들고 올릴 수 있지만, 이것에서는 신의 손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다. 그 힘을 회복해야 한다. 이것은 향후 젊은 세대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락스 감독은 1999년 영화 '폴라 X' 이후 무려 13년 만에 장편 영화 '홀리 모터스'를 발표했다. '홀리 모터스'는 리무진을 타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며 하루에 아홉 번의 변신을 하는 오스카의 하루를 그린 작품으로 영화와 배우의 역할과 의미,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찬양과 비판의 내용을 담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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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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