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신상 검증, 비공개가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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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제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인 지난 2000년,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업무수행 능력을 살피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후 운용 과정에서 업무 수행 능력보다는 후보자 개인의 사생활과 도덕성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근 아들 병역과 부동산 투기 의혹 속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박근혜 당선인이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 당선인의 폐쇄적 인선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부실 검증의 책임을 제도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朴 "신상 검증은 비공개로…"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달 31일 새누리당 경남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현 청문회 제도와 관련해 "그 시대의 관행들도 있었는데 40년 전의 일도 요즘 분위기로 재단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참석자가 "무단방뇨 기록도 있으면 안될 것"이라는 농담을 던지자, 박 당선인은 "그렇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하게 되면 능력면은 다 들여다보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처음부터 완전히 후보자를 지리멸렬 시켜버린 뒤 (인사청문회를) 통과시키면 그분이 국민적 신뢰나 존경을 얻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특히 "인사청문이 시스템화돼서 신상에 대한 문제는 비공개 과정에서 검증하고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검증할 때는 정책능력이나 업무능력만을 검증하면 좋겠다"며 "그런 제도보완을 이번 조각 때 하자는 것은 아니라 다음의 중간 개각에서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본인의 동의를 받아 검증하는 과정에서 알려지면 만신창이가 되고 그러지 않느냐"면서 "그러기 때문에 능력있는 사람이 안하겠다고 사양하는게 바람직하느냐",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 진짜 해야할 사람이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것 아니냐"고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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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공개가 능사인가?

박근혜 당선인은 그동안 인사 문제에 관해 극도의 보안을 강조해왔다. 지난달 31일 의원들과의 오찬에서도 "(공직 후보자로) 확정된 사람도 아닌데 언론에 알려지면 자칫 상처투성이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 보안을 강조한 배경 설명인 셈이다.

물론 공직 후보자를 반드시 언론을 통해 검증할 필요는 없다. 혹자는 이를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각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호불호에 따라 후보자에게 작위적인 검증 잣대를 들이댈 위험도 있다. 따라서 언론에 후보군을 미리 알리고 알리지 않고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검증된 후보를 내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과 업무능력은 공개 검증하되 신상 문제는 비공개로 검증하자는 박 당선인의 제안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내 비공개 회의 내용도 쉽게 새어나가는 마당에 입장이 다른 여야 의원들이, 그것도 서로 다른 잣대로 후보검증을 하는 상황에서 이를 막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비공개 의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하자고 하면 누설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럴 경우 보다 근본적인 비판에 봉착할 수 있다. 이른바 '밀실 검증'이다. 예를 들어 '우리 국회의원들이 보기에 후보자의 신상 문제는 이만하면 됐다. 국민은 그냥 그렇게 알고 있어라'라고 했을 때 '아, 그렇군요'라며  납득해줄 국민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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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적 이해 구하는 문화 만들어야

공직 후보자의 신상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와 국민 알권리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다. 하지만 후보자가 나서는 것이 공직이고 보면 개인 정보 보호가 국민 알권리를 앞서기는 힘들어 보인다. 공직자들이 정기적으로 재산 공개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박 당선인이 이야기한대로 청문회가 과거 잣대를 들이대 후보자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마녀사냥의 장이 되어선 곤란하다. 과거 청문회에서 이런 부작용이 없지 않았다. 과거 관행에 따라 죄의식 없이 행한 일이 지금 시대 도덕기준에 맞지 않아 지탄을 받는다면 다시 생각해볼 부분이 없지 않다. 사실 대통령 뿐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도 능력 있는 사람을 공직에 쓰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지금까지 신상 문제로 낙마한 후보자들은 대개 관련 의혹을 부인하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중도하차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면에서는 도덕적 흠결보다 후보자의 거짓말이 국민적 분노를 키웠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당시 관행이 문제였다면 이를 숨기기 보다 오히려 이를 솔직히 국민 앞에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요즘 인사청문회에서 자식 학교 때문에 위장전입을 하거나 내 집 마련 차원에서 위장전입을 한 것 때문에 낙마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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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인사청문 개선 방향도 시끄럽고 문제된다고 무조건 이를 숨기려 하기보다 관행이 문제였다면 관행으로 용인될 수 있는 기준이 어느 선인지 객관화해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청문회에 임하는 위원들이 정파적 이익을 앞세워 비판에만 몰두한다면 오히려 국민 감정을 덧나게 해 역풍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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