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의 논픽션] 할리우드 장르 영화 빛내는 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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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 장르 영화를 빛내는 특별한 배우들이 있다. 판타지물이나 공포 영화가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해 괴기스러운 캐릭터를 창조한다고 생각하지만, 실감나는 액션과 섬세한 표현력을 요하는 경우 실제 배우들이 직접 연기를 한다. 자신의 얼굴을 숨긴 채 모션 캡처로 연기하는 것이 배우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지만, 그들의 희생이 있기에 매혹적인 장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대표적인 배우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앤디 서키스와 현재 북미 박스오피스를 강타하고 있는 영화 '마마'의 하비에르 보탯을 꼽을 수 있다.

영국 출신인 앤디 서키스는 모션 캡쳐 연기의 1인자로 꼽힌다. 그는 1984년 영화 '더 빌'로 데뷔한 이래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연기활동을 펼쳤다.

주로 자국 내에서 활동하던 서키스를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시킨 작품은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다. 앤디 서키스는 이 영화에서 선과 악을 오가는 미워할 수 없는 괴물 '골룸'으로 분해 전 세계 관객을 매료시켰다.

이후 서키스는 '24 아워 파티 피플'(2002), '특별환 귀환'(2007), '잉크하트-어둠의 부활'(2008) 등 다수의 실사 영화에 출연했지만, 이렇다 할 흥행작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버려야 영화가 흥행하는 기묘한 인연을 타고난 것일까. 2011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한편의 대표작을 추가했다. 바로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이다. 이 작품에서 서키스는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침팬지 '시저'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혹성탈출'은 전작의 참패를 딛고 1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했다.

서키스는 2012년 다시 한번 '골룸'으로 돌아왔다. 피터 잭슨 감독이 '반지의 제왕'의 프리퀼인 '호빗' 시리즈를 제작했기 때문이다. 서키스는 또 다시 '골룸'으로 변신했다. '호빗'에서는 한층 발전된 기술 아래 '골룸'을 보다 실감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촬영 현장에 마련된 모션 캡처 무대에서 라이브로 연기하며 보다 생동감 있는 움직임과 표정을 보여줬다.

앤디 서키스에 이어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보석과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스페인 출신의 귀신 전문 배우 하베에르 보탯이다. 그는 '슬픈 광대를 위한 발라드', '알.이.씨' 등으로 주목받았고 최근 '마마'로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보탯은 영화의 타이틀롤이기도 한 '마마'로 분해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마마'는 버려진 오두막에서 5년 동안 '빅토리아'와 '릴리'의 곁을 지킨다. 죽어서도 자매를 지키던 그녀는 두 자매가 삼촌인 '루카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 '애너벨'과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질투하며 끊임없이 괴롭힌다.

보탯은 5살 때 선천성 발육 이상의 일종인 마판 증후군 진단을 받고 유난히 긴 손가락과 2미터라는 큰 키를 가지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품어온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그라나다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판타지 공포 영화의 대가 브라이언 유즈나 감독의 '베니스 스틸 워터스'를 통해 영화계에 입문했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후 공포 영화 '알.이.씨' 시리즈에 귀신으로 출연하며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의 연기를 눈여겨본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 '마마'의 타이틀롤을 맡겼다. 남자 배우에게 '엄마' 역할을 시켰음에도, 보탯은 여자보다 더 애틋한 모성애를 연기해보였다.

보탯에 대해 '마마'의 제작자인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어떤 면으로 행위 예술 같고, 춤 같기도 하며, 소름끼치는 마임 같기도 하다"며 그의 연기를 극찬했다.

서키스와 보탯의 공통점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특화된 외모와 모션 캡처에 대한 남다른 이해 능력을 자랑하기에 할리우드 제작에게는 대체 불가한 매력으로 다가간다. 더불어 짧은 출연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잔상을 남기고 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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