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연애를 한 연예인에게 결별은 두 배의 상처를 남긴다. 연애 당시의 일거수일투족이 외부로 드러나는 만큼, 결별 후의 상황도 떠들썩하게 알려지기 마련이다.
한혜진은 지난해 12월 9년간 공개 연애를 해온 가수 나얼과의 결별 사실을 알렸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잉꼬 커플이었던 만큼 이 뉴스는 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소속사 측은 결별 이유에 대한 섣부른 추측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음에도 증권가 찌라시발 근거 없는 루머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어찌됐든, 한혜진은 결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영화 '26년'은 흥행에 성공했고, 브라운관에서는 '힐링캠프'의 안방마님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최근 '힐링캠프' 내부의 눈에 뛰는 움직임은 방송을 통해 넌지시 한혜진의 '상처'를 힐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본인에게 어떤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본 한혜진의 모습은 결별을 쿨하게 언급할 정도로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인다.
상황에 상황을 끼워 맞춰 넣는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힐링캠프'에서는 한혜진의 심경을 예측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한혜진은 '힐링캠프'에서 돌직구 화법으로 유명하지만, 또 다른 진행 스타일 중 하나는 공감 토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게스트의 이야기를 방청객처럼 진중하게 경청하다가 자신의 이야기에 대입시키곤 한다.
일례로 지난 16일 방송된 김래원 편에서 한혜진은 "낚시를 좋아하는데 어복이 없는 편이라 고기를 잘 못 잡는다"는 김래원에게 "그럼 여복은?"라고 기습 질문을 했다. 이에 김래원은 "여복도 아직은 잘 모른다"고 대답했고, 한혜진은 "결혼은 해봐야 아는 것 아닐까요"라고 넌지시 답했다.
또 10대 시절 첫사랑의 추억과 아픔을 이야기한 김래원에게 한혜진은 "사랑은 아직 모르겠다"고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게스트를 위로하기 위한 힐링 멘트였을 수 있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그 말속에서 한혜진의 현재 심경을 추측해볼 수 있었다.
한혜진의 방송 속 힐링은 이경규, 김제동의 짖궂은 행동에서 유발되기도 한다. 두 MC는 수위를 넘어가지 않은 선에서 꾸준히 한혜진의 결별을 언급하고 있다.
이경규와 김제동은 한혜진에게 '결별'과 관련된 농담을 던지다가도 마무리는 등을 두르리거나 위로하는 따뜻한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다소 곤란할 수 있는 말을 거듭해서 꺼내는 것은 그만큼 MC들이 서로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8일 이준기 편에서 세 MC는 게스트의 제안에 따라 제주도에서 녹화를 치렀다. 오프닝에서 한혜진은 "이경규 김제동 두 분이 털어버릴 일이 많았는데 여기 제주도에서 다 풀고 가라"고 말했다. 이에 김제동은 "털어버릴 게 우리 둘만 있냐? 둘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한혜진을 등을 토닥였다. 또 한번의 결별 언급에 한혜진은 고개를 푹 숙였고, 김제동의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때리는 귀여운 응징으로 마무리 했다.
'힐링캠프'는 프로그램의 모토에 맞게 게스트뿐만 아니라 진행자들의 힐링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바라보는 세 MC들의 우정은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더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