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속 주인공이 변하고 있다. 성인 연기자들이 주를 이뤘던 예능의 무대가 10대 가수들을 중심으로 한 아이돌 그룹으로, 최근에는 어린이들에게까지 확대되며 새로운 판도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예능프로그램은 MBC ‘일밤-아빠 어디가?’다. 기존 예능에서 어린이들은 단발성 출연을 하거나 성인들을 받쳐줄 부수적인 존재로 다뤄졌다. 그러나 ‘아빠 어디가?’에서는 준, 민국, 지아, 후, 준수 등은 연예인 아빠들과 함께 어엿한 주인공으로 활약하고 있다.
어린이 출연자들의 매력은 최대한 작위적 요소를 배재하고자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에 적합하다는 점이다.
지난 27일 방송에서 어린이 출연자들이 몰래카메라에서 보인 순수함은 예능적 요소로 변신했다. ‘꿀단지를 절대 만지지 말라.’는 아빠와의 약속을 한 뒤 이종혁의 아들 준수는 장난끼 어린 모습으로 꿀을 찍어먹다가 들켜 큰 웃음을 줬으며 김성주의 아들 민국이는 도우미로 투입된 성동일을 끝까지 숨기면서 눈물을 쏟았다. 아이들의 순수한 동심이 예능적 장치를 통해서 재발견되며 안방극장에 따뜻한 웃음을 선사한 것.
어린이들이 오디션의 주인공이 된 경우도 있다. ‘엠넷 보이스 코리아’의 어린이 버전인 ‘엠넷 보이스 키즈’(이하 ‘엠보키’)의 경우가 그렇다. ‘엠보키’는 경쟁보다는 어린이들의 꿈에 초점을 맞췄다. 경쟁은 코치인 윤상, 서인영, 양요섭들의 몫. 3명의 코치들의 가르침을 받은 경쟁자들은 트리플 배틀 라운드를 거치며 꿈에 한발자국 다가섰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유선경, 허성주, 강화주 등은 빅마마의 곡 '거부'로 하모니를 이뤘고 또 양요섭 팀 노윤화, 황은정, 김정호는 휘성의 ‘가슴 시린 이야기’로 성인 가수 못지 않은 가창력을 뽐냈다. 경쟁의 틀이 아닌 가족 버라이어티에 가까운 오디션이라는 틀 안에서 어린이들은 당당한 주인공으로 한뼘 더 도약한 셈이다.
어린들이 주인공이 된 본격적인 예능으로 SBS ‘붕어빵’을 빼놓을 수 없다. 스타 2세들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붕어빵’은 매주 어린이들의 다양하고 재밌는 에피소드로 60분을 채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방송에서만 보여지던 연예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새로운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김구라의 아들 동현이는 ‘붕어빵’을 통해 어엿한 아역스타의 꿈을 이뤘으며, 박찬민 아나운서의 딸 민하 역시 귀엽고 끼넘치는 모습을 선보여 드라마에 캐스팅 됐다. 이밖에도 염경환의 아들 은률, 정은표의 자녀 지웅과 하은 등은 안방에 친숙한 스타가 됐다.
그동안 작위적이고 가식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염증을 느끼던 시청자들은 어린이들의 순수한 동심과 꾸밈없는 모습에 열광하고 있다. 또 새로운 인물과 소재를 갈구하던 방송 제작진에게 어린이들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주인공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능 트렌드에 대해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어린이는 아직 정체성이 모호할 나이기 때문에 예능프로그램 인기를 통해 사생활이 노출되거나 유명세를 탈 경우 적잖은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로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역을 맡았던 연기자 김성은은 “미달이란 말을 들을 때마다 죽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청소년기에 대해 떠올린 적이 있다.
방송을 통해서 아이들의 이미지가 하나의 웃음 포인트나 캐릭터로 쉽게 소비될 경우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단기적인 인기 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통해서 자라날 어린이들이 순수와 동심이 단순히 쉽게 소비되지 않도록 방송의 적정선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진=MBC, Mnet, SBS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