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김용준(75)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법ㆍ원칙과 헌법적 가치가 향후 국정 운영의 근간이 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평소 박 당선인은 우리 사회의 각종 잘못된 관행과 병폐는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은데서 비롯된 만큼 법치와 원칙을 바로세움으로써 신뢰라는 사회적 자산을 만들어내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박 당선인이 이날 김 지명자를 소개하면서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김 지명자가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세우고 무너져내린 사회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김 지명자 스스로가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여성과 장애인 등 이른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더 각별한 관심을 가질 것임을 보여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은 "김 지명자가 살아오신 길을 보면 늘 약자 편에 서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꿈을 갖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국민행복시대로 가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인식을 표출했다는게 당선인측 설명이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김 지명자가 박 당선인의 공약으로 언급돼 온 `책임총리제'에 맞는 인사인가 하는 점이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책임총리제'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선거 기간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대통령 인사권을 분산시키고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과 책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는 일종의 `책임총리제'로 해석됐다.
구체적으로 3배수 정도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 총리의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방안을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하의 총리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보좌하면서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지명자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회의적 인 시각이 있다.
공동 선대위원장에 이어 인수위원장까지 지명된 것은 박 후보와의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이 때문에 박 당선인에게 쓴소리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각을 세우기는 힘든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이었지만 그 분이 무슨 역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냥 (상징적으로) 세워만 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야당 중진 의원도 "법치를 강화하겠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모든 국정을 박 대통령이 직영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책임총리 공약은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이미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이 같은 기류가 드러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작은 비서실을 표방하면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경제부총리를 신설, 사실상 `원톱'으로 경제정책을 도맡아 하게 함으로써 국무총리는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장악력이 있는 총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어차피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는데 총리까지 강력한 인물을 쓸 필요가 있느냐"라며 "경제부총리가 경제쪽을 전담하고 총리는 전체적인 정책조정을 원활히 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당선인은 `책임총리'보다는 `책임장관'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게 당선인측의 설명이다.
총리가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각 부 장관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적절하게 행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총리는 행정부의 수장으로 이들을 잘 조정하는 역할만 하면 된다는 취지다.
한 측근은 "박 당선인이 명시적으로 `책임총리제를 한다'고 말한 적이 없고, 헌법상 총리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책임총리제는 언론이 만들어낸 정치적 용어"라며 "책임총리제는 노무현 정부 때 이해찬 총리 딱 한 번 뿐인데, 그때는 총리가 다 하고 다니니까 대통령이 할 일이 없었다"고 언급해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