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쉿, 여기는 '그냥 공원'이에요

하루에 3천 3백톤 음식물쓰레기... 어떻게 처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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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이상한 공원이 한 곳 있습니다.

그저 둘러보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공원입니다. 벤치가 있고 약간의 운동기구가 있어서 주로 낮시간에는 어르신들이 와서 간단한 운동을 하고 산보를 하곤 합니다. 주변엔 대형 마트도 있고 차들이 지나가는, 참으로 평범해보이는 곳이죠.

공원 한켠에 건물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겉으로만 봐서는 무슨 건물인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건물 위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게 뭐 하는 곳이지 싶습니다. 공원 뒷쪽에는 차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지하 통로가 하나 있습니다. 외부 차량은 통행 금지랍니다.

구청에 물어봤습니다. 일단은 취재하지 말라는 말부터 합니다. '홍보 불가' 지침도 있다네요. 직접 가보니 직원이 나와서 촬영을 막습니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된다고 합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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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사실 이곳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입니다. 서울에 단 5곳 밖에 없는 시설, 그리고 단 1곳뿐인 지하 시설이기도 합니다. 2010년부터 가동을 시작해서 벌써 3년 가까이 운영해 왔습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이라 비밀도 아닌데 새삼스레 취재는 안된다고 하는 게 의아합니다. 하지만 듣고보면 수긍이 갑니다.

3년 전 이 시설을 지으면서 주민들 반대가 극심했습니다. 반대 시위까지 하면서 막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혐오시설'인 만큼 내 집 근처에는 안 된다는 이유입니다. 내 집값이 혹시 떨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구청 입장에서는 무작정 밀어부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타협한 게 지하에 만들어 지상에서는 안 보이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 짓고 가동하고 나니 여기 저기 언론에도 보도되고 해서 이 동네에 쓰레기 처리시설 있다는 게 동네방네 다 소문나게 생겼습니다. 다시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구청 측과 주민 측이 18가지 사항을 넣어 약속을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홍보 불가'입니다.

"우리 집 근처에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이 있다는 걸 남에게 알리지 마라" 입니다. 여기는 '그냥 공원'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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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알아보니 작년에 이 시설에서는 인명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지하 시설이다보니 아무래도 환기에 문제가 있겠죠. 보름 사이에 유독가스에 중독돼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습니다. 당시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쉬쉬하는 것 아니냐고 추정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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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에는 서울 최대의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이 작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공사는 3월에 끝났는데 본격 가동은 10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많이 쏟아져서였다고 합니다. 악취 때문에 시설 이전 서명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이 되고나니 시설 측에서는 악취를 막기 위해 에어커튼을 설치하는 등 보강공사를 추가로 해야 했고 그래서 6개월이 늦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곳은 어쨌든 이미 시설을 지어 가동하고 있는 곳입니다. 앞으로 짓겠다는 곳들이 더 문제입니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18년까지 현재 5곳인 음식물쓰레기 공공 처리시설은 3곳 추가돼 8곳으로 늘어납니다. 중랑과 은평, 강서에 한 곳씩 처리시설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현재는 음식물쓰레기를 공공시설에서 37%, 민간에서 63%씩 처리하고 있는데 2018년에는 공공에서 95, 민간에서 5%만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최근의 쓰레기 대란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민간업체에 의존하는 비율을 대폭 줄여야겠다는 판단 아래 내놓은 대책입니다.

그러려면 2018년까지 3곳을 무사히 잘 지어야겠지요. 그런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먼저 중랑구, 2008년부터 시설 건립을 추진해왔습니다. 역시 주변 주민들이 반대했습니다. 그래서 예정했던 부지 위치를 변경했습니다. 또 반대에 부딪쳤습니다. 또 바꿨습니다. 2차례 부지 변경하고 도시계획도 조정하고 그러느라 5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부지 확정하고 매입하는 단계입니다. 공사는 시작도 못했는데... 계획대로 잘 될까요, 의문입니다. 강서 쪽은 그래도 좀 낫다지만 재정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은평도 아직 부지 확정을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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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또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 그 자체입니다.

하루에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2012년 현재 서울만 3천 3백 톤입니다. 하루에 이렇게 나온다는 겁니다. 서울만,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만 이렇습니다. 실제로 가보니 처리시설, 쉴새 없이 돌아갑니다. 막대한 양의 쓰레기를 매일매일 처리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 양도 함께 줄이겠다고 합니다. 2018년까지 현재의 40%를 감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으로 20%를 줄이고 감량기 보급 등을 통해 20%를 줄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하루 발생량을 2천톤 정도로 줄이고, 계획대로 시설 3곳을 더 지으면 목표대로 95%를 공공시설에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 깜냥이 부족해서 가능한 목표인지 잘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쓰레기 처리시설 내부를 돌아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레기 재활용, 자원화 등 쓰레기 관련 산업은 앞으로 유망하겠구나, 왜냐면 쓰레기는 계속 늘어날테니까.. 하는 생각이 우선이었고 그 다음에는 이렇게 쓰레기가 계속 늘어나는 걸 정말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다음이었습니다.

"시설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쓰레기 자체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한 의식 개선이 먼저"라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해서 진부하기까지 한 어느 시민단체 분의 말씀이 참으로 절실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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