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으로 20일 취임선서를 마치고 집권 2기 업무에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로버츠 대법원장을 따라 취임 선서문을 낭독했다. 35개 단어로 이뤄진 취임 선서문의 내용은 이렇다.
"I do solemnly swear that I will faithfully execute the office of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will to the best of my ability, preserve, protect, and defend the Constitution of the United States."
☞ "나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최선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준수하고 보호하고 보전해나갈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선서식에는 부인인 미셸 여사와 두 딸이 참석했다. 사진에는 오바마 대통령은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오른손을 들어 엄숙히 선서하는 모습이 잘 담겨 있다. 눈에 띄는 건 오바마 대통령이 미셸 여사가 받쳐들고 있는 책 위에 왼손을 얹고 있는 모습이다.
불연듯 궁금증이 돋았다. 무슨 책일까? 선서 내용을 상기해볼 때 맞추기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헌법을 준수하고 보호하고 보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한 만큼 헌법책일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상상은 늘 틀리는 법. 오바마 대통령이 손을 올린 책은 뜻 밖에도 '성경'이었다.
◈ 취임식 성경 사용 유래는?
미국처럼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실제로 수많은 종교가 활동하는 사회에서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선서를 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국이 청교도 국가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자칫 종교적 편향 논란을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 대통령이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는 것은 헌법상 규정에 따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존 애덤스와 프랭클린 피어스는 법전을 놓고 선서를 했다. 그러나 미 대통령 당선자들 대부분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성경 앞에서 선서를 했다.
1차 대륙회의 구성원들은 첫 미국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1789년 4월 뉴욕 페더럴홀에 모였다. 청교도였던 이들은 취임식에 사용할 성경이 없다는 걸 알고 프리메이슨 지부에서 성경을 가져왔다. 워싱턴 대통령의 취임 선서는 이 성경 창세기 49장과 50장을 펼쳐 놓고 실시됐다. (워싱턴 대통령 생가에 선서 당시의 모습이 잘 재현돼 있다.)
◈ 어떤 성경 사용되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대체로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성경을 선서에 사용했다. 하지만 유서가 깊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성경을 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1921년 워런 하딩,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이 성경을 선서에 사용했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1989년 취임식 때 워싱턴 대통령의 성경과 가족 성경을 동시에 썼다.
오바마 대통령은 20일 부인인 미셸 여사의 어머니가 사용하던 성경에 손을 얹었다. 가족 성경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현지시각 21일에 열릴 공식 취임식에서는 4년 전 자신이 썼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성경과 흑인 인권 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성경을 함께 사용한다.
◈ 링컨 대통령 성경과 킹 목사 성경에 담긴 뜻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1월 20일 첫 취임식 때 링컨 대통령의 성경을 사용했다. 2009년은 흑인 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 탄생 200주년이 되던 해였다. 대통령이 될 때까지 링컨 대통령을 벤치마킹하며 정치 경력을 쌓아온 오바마 대통령이었던 만큼 의미는 남달랐다.
킹 목사의 성경이 대통령 취임식에 사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식이 열리는 21일은 킹 목사의 탄생일이기도 하다. 킹 목사는 1963년 8월 워싱턴 링컨기념관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유명한 설교를 한 바 있다.
첫 흑인 대통령이자 재선에 성공한 첫 흑인 대통령으로서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링컨 대통령과 킹 목사의 성경이 함께 사용되는 것은 그래서 더 뜻깊은지도 모를 일이다.
◈ 우리 나라는?
우리나라는 헌법에 대통령 선서에 대한 규정이 명문화 돼 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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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조 대통령은 취임에 즈음하여 다음의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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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18대 대통령 취임식은 다음달 25일 열린다. 김진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지난 6일 취임식이 콘셉트를 평소 박근혜 당선인이 강조해온 '여성 대통령'과 '국민대통합', '대한민국의 당당함'을 알리는 데 맞추겠다고 밝혔다.
재미 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식 연설에서 대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우리가 지역간, 세대간, 이념간 갈등 극복을 위한 '국민 대통합'이라면 미국은 인종과 당파를 뛰어 넘어 '하나의 미국'을 건설하자는 내용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래저래 대통합이 화두인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