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환기 안 하다가는…겨울철 실내 공기 비상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요즘 실내에 있다 보면 유난히 두통이나 나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도서관이나 극장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더욱 그런데요, 춥다는 이유로, 또 난방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환기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기가 얼마나 안 되고 있는지, 한국환경공단과 함께 다중이용시설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직접 측정해봤습니다. 먼저,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상영관 입구부터 이산화탄소 농도가 1,400ppm으로 대기 중 평균 농도인 360ppm을 3배나 웃돕니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서자 이산화탄소 농도는 더 높아져 1,900ppm까지 치솟았습니다. 지하 시설 기준치인 1,500ppm을 넘어선 겁니다. (* 환경부 '실내 공기 유지 기준'에 따르면, 지상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0ppm, 지하는 1,500ppm을 넘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 극장 측은 상영관이 지하에 있어 자동 환기가 불가능해 급기구를 사용하고 있는데 겨울에는 급기구를 가동할 경우, 춥다는 관람객들의 불만이 많아 종종 꺼놓는 경우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찬 시내 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1,800ppm으로 기준치의 2배에 육박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서관만 가면 졸리는 건 어쩌면 당연해보입니다.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붐비는 식당도, 하루에 한번쯤은 들른다는 커피숍도, 최근 흡연 기준이 강화됐다는 PC방도 모두 이산화탄소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상인들 역시, 환기를 잘 안하는 이유로 손님들의 춥다는 불편과 비싼 난방비를 꼽았습니다. 애써 실내 온도를 높여 놨는데, 환기를 해 열을 빼앗기면 다시 돈을 들여 난방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집니다. 겨울철 만원 버스를 타면 답답하고 어지럽다는 승객들이 적지 않은데요, 창문을 닫은 채 히터까지 틀다 보니, 버스 안 공기 질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중형 승용차에 4명이 탄 뒤 히터를 2단으로 틀어 놓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재봤습니다. 불과 2, 3분 만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3,000ppm까지 치솟습니다.

한하규 한국환경공단 생활환경팀장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게 나온 건 환기가 제대로 안 됐다는 뜻이라며 그만큼 미세먼지나 휘발성 물질 등 유해 물질이 공기 중에 많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칫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이산화탄소는 중추 신경계를 자극해 무력감과 권태, 매스꺼움과 어지럼증, 두통 심하면 근육 통증과 실신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오프라인 - SBS 뉴스

환기만 제대로 해도 이산화탄소 농도는 크게 낮아지는데요, 간단한 실험으로 환기의 중요성을 알아보겠습니다. 110제곱미터 크기의 한 가정집에서 후드만 켠 채 생선과 고기를 구웠더니 금방 주방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1,900ppm까지 치솟았습니다. 주방과 거실 창문을 열고 5분 뒤 다시 측정하자 3분의 1 수준인 600ppm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실내공기 관리법'에는 공기질 유지 기준을 지키지 않은 사업장에 1천만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인 사업장만 단속 대상인데요,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정된 인원으로 그 많은 다중이용시설을 관리 ,감독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데요, 실제로 1년에 한 번인 지자체의 관리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정부는 규모에 상관없이 '실내 공기질 유지 기준'을 확대 적용해 나갈 방침인데요, 쾌적한 실내 공기와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 환기를 생활화하는 습관이 필요해보입니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