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의 ‘퀴어개그’ 어떻게 보셨나요?

[강경윤의 TV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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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방송인’ 홍석천이 본격적인 ‘퀴어 개그’를 선보였습니다. 그간 사회적인 이슈로서 거론됐던 성적소수자에 대한 이야기가 드라마와 영화, 예능프로그램 등에 이어 공개 코미디의 하나의 주제로 쓰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홍석천의 공개코미디 나들이는 18년 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녹화가 있던 지난 15일 tvN ‘코미디 빅리그’에서 홍석천은 긴장과 설렘이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리마리오와 함께 홍석천은 끈적끈적한 게이커플의 애정행각을 개그로 풀어냈습니다.

개그의 요지는 ‘평범한 얘기도 그들이 하면 다르다’였습니다. 전립선, 누드김밥 등 평범한 대화주제이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게이커플들을 지켜보면서 아이의 부모는 발을 동동 구르고 지켜보는 아이의 동심에도 금이 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레드버터’의 무대 초반 객석에는 술렁이는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위의 동성애 코드와 파격적인 입담은 퀴어개그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홍석천의 능청스러움과 리마리오의 전매특허 느끼한 연기에 관객들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었고, 이어진 중간평가에서도 높은 관객점수를 받았습니다.

홍석천은 13년 전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국내 방송인 중에는 거의 최초의 공식 발표였고, 이후 방송계에서 성적소수자 인식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트랜스젠더 하리수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커밍아웃한 연예인들이 주조연으로 활동하는 등 조금씩 대중문화계에서도 성적소수자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일어났습니다. 2010년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커밍아웃을 둘러싼 가족의 갈등과 화합을 그리며 성적소수자 문제를 안방에 끌어들이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토크쇼에서 보여준 그들의 진정성 있는 발언은 성소수자를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MBC ‘무릎팍도사’와 ‘라디오 스타’에서 홍석천과 워쇼스키 남매가 성 소수자로서의 비애와 애환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했고 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바탕으로 퀴어개그가 공개코미디에 등장할 수 있었습니다. 공개코미디에서 개그맨이 여장하거나 과장된 여성적인 몸짓 등으로 웃음을 준 적은 있지만 실제로 커밍아웃한 연예인이 게이커플을 연기한 적은 처음입니다. 관객과의 직접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창작 영역인 만큼 편집이나 방송적 장치가 최소화한 채 개그맨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코미디 특성상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동성애에 관해 지극히 적은 정보만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이런 코미디를 보고 성적소수자들의 희화화한 이미지로 잘못 인식할까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무대를 본 관객들 중 일부는 “진짜 동성애자들은 저렇게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하냐?”며 갸우뚱해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주류 대중문화계는 여전히 성적소수자에게는 불모지나 다름 없습니다. 여전히 그들에 대한 인식은 폐쇄적이고 때론 공격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했던 2003년과 비교했을 때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건 명백합니다.

2006년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 오스카상 감독상 등 3관왕을 받고 CNN 간판앵커 앤더슨 쿠퍼가 당당히 커밍아웃을 하는 등 미국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성적소수자들이 '보통 사람'으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정받는데 홍석천의 '퀴어개그'가 어떤 기회를 마련할지 기대해봅니다.

사진=tvN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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