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8일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대선공약 수정론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은 `박근혜식 복지'의 현실성을 둘러싼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많은 재원이 수반되므로 이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심의 시선을 초기에 불식시킴으로써 재원 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브랜드인 `신뢰정치' 기조가 새 정부 출범부터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로도 받아들여진다.
박 당선인은 17∼18일 이틀에 걸쳐 대선 기간 각 지역의 선거운동을 총괄한 새누리당 지역 선대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대선 때 공약한 것을 지금 와서 된다, 안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발언은 여당인 새누리당에서조차 정몽준 의원과 심재철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일부 공약의 재조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전달하는 동시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대선 공약을 가급적 지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대선공약 수정론'과 관련,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이런 박 당선인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다.
출범 13일째를 맞는 인수위가 이제 막 대선공약 이행 로드맵을 수립하는 초기 검토작업을 본격화한 단계에서 벌써 공약 수정론이 불거지고 `인수위-새누리당 간 엇박자' 지적이 나오는 데에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인수위 진영 부위원장도 이날 취재기자들과의 환담회에서 "새누리당과 불협화음은 없다"면서 "당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온 것은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고 인수위는 대선공약에 대해 다 검토하고 있으며 지켜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인수위ㆍ당 불협화음론'을 일축했다.
인수위의 이러한 입장은 강력한 세출(稅出)예산 구조조정,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복지재원 조달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은 출입기자 환담회에서 "공약을 짤 때 다 실행할 수 있는 것들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분과의 안종범 위원도 "공약하는 단계부터 부처 공무원이나 외부전문가들에게 공개하고 자문을 구했다"며 "(지방공약 105개를 제외한) 201개는 지킨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증세없이는 막대한 복지재원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은 대선공약집에서 모든 공약을 실현하는 재원으로 연간 26조원을 제시했지만 실제 소요되는 재원은 훨씬 더 많다는 지적이 많이 때문이다.
당장 박 당선인은 연금, 의료, 빈곤구제 등 복지공약을 위해 5년간 28조3천억원이 필요하다고 공약집에 담았지만 보건복지부는 월 20만원 기초연금ㆍ4대 중증질환 보장 등 연금ㆍ의료 분야에서만 5년간 50조원이 들 수 있다고 추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이 15개 시도별로 7개씩 제시한 총 105개(중복 포함) 지방공약에도 대략 100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로서는 뚜렷한 재원마련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새정부 출범 이후 공약실행 단계에서 일부 수정보완이 이뤄지거나 박 당선인이 제안한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증세 논의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