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계절을 거쳐 4개월을 달려온 MBC 드라마 ‘보고싶다’가 종영을 맞았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던 ‘보고싶다’가 뚜껑을 연 결말은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새 없이 서둘러 매듭을 묶은 반쪽짜리 해피엔딩은 당초 새드엔딩보다 더 큰 충격과 허무를 동반했다.
지난 17일 밤 방송된 ‘보고싶다’ 최종회는 14년 전 이수연(윤은혜 분)이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가 된 그 폐창고로 납치 되면서 시작됐다. 수연을 데리고 온 사람은 다름 아닌 강형준(유승호). 수연과 한정우(박유천 분)을 향한 형준의 분노의 표현이자, 드라마로 봤을 땐 결말의 폭발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훌륭한 장치였다.
형준은 수연에게 총구를 겨눴고 정우는 수연을 대신에 흉탄을 맞아냈다. 이어 형준은 자살을 암시하듯 총구를 제 머리에 겨눴지만 경찰 특공대가 쏜 총에 맞았다. 형준은 과다출혈로 뇌손상을 입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채 무기징역으로 죗값을 치르게 됐다.
이 사건 이후 부상에서 회복한 정우와 수연은 첫눈이 내리는 날 작은 교회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며 사랑을 확인했다. 이어진 장면에서 어린 정우(여진구)와 어린 수연(김소현), 어린 형준(안도규)이 함께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이 그려지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14년 전 성폭행 사건의 상처를 가진 정우와 수연이 갑절의 시간을 거쳐 다시 사랑을 확인한다는 내용이었지만 이런 결말이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보고싶다’는 초반 정우와 수연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된 멜로로 시작했으나 중반에는 서스펜스가 주를 이뤘다. 시청자들은 ‘정우와 수연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범인은 누굴까’에 주목했다. 결국 범인이 형준으로 밝혀지자 ‘보고싶다’는 복수극으로 돌변했다. 이후 시청자들은 ‘형준은 왜 복수를 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됐고, 정우와 수연의 사랑은 오히려 ‘보고싶다’의 작은 부분으로, 심지어 사족처럼 느껴지게 됐다.
정우와 수연, 그리고 연쇄살인을 저질렀던 형준의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해도 ‘보고싶다’의 성급한 해피엔딩은 아쉽다. 누구보다 큰 트라우마를 가진 세 사람이의 상처가, 첫 사랑의 회복과 뇌 손상으로 인한 아픈 기억의 거세로 치유될 수 있을까.
‘보고싶다’이 결말은 14년 전을 후회하며 수연에게 달려온 정우의 진심도, 끔찍한 기억 속에 제 이름도 가족도 버리고 살았던 수연의 상처도, 버려졌던 어린 시절로 인해 ‘괴물’이 된 형준의 슬픔도 모두 어루만질 수 없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주원, 최강희 주연의 '7급공무원'이 ‘보고싶다’ 후속으로 오는 23일 방송된다.
사진=MBC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