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가 물러가고 포근해진 날씨는 무척 반가운데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와 아예 눌러앉을 기셉니다. 아침마다 자욱하게 낀 안개가 바로 그 불청객인데요. 특히 수증기가 많은 강변이나 공기가 잘 이동하지 않는 내륙지방에 짙은 안개가 끼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린 눈이 포근해진 날씨에 녹으면서 공기 중에 수증기가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일부 내륙 고속도로에서는 한 치 앞으로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안개가 짙어 운전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사고 위험이 매우 높아 걱정이 큽니다.
아침에 낀 안개는 오후에도 잘 걷히지 않고 옅은 안개가 남아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하고 있는데요. 안개 속에 먼지가 많아 이 먼지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마디로 먼지안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세먼지 농도의 변화를 보면 낮에 뿌연 안개의 정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주말부터 서울의 미세먼지농도가 150㎍/㎥ 안팎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평소의 3배가 넘는 수준인데요.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가 많다는 것이고, 이 먼지들이 수증기를 포학하면 뿌연 먼지안개가 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안개 속의 미세먼지들이 건강에 해롭다는 점입니다. 미세먼지에 여러 가지 오염물질이 섞여 있어 호흡기를 통해 우리 몸 안에 들어오면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죠.
미세먼지 농도가 30㎍/㎥ 이상일 때 어린이들의 기관지염이 발생할 수 있고 50㎍/㎥ 이상일 때는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성인들에게 각종 질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만성폐질환을 갖고 있는 노약자들에게는 큰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미세먼지의 증가 수준이 갑자기 병을 일으킨다거나 하는 매우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미세먼지가 평소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분석입니다. 너무 겁을 먹고 과잉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웃 중국의 경우는 국민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수준이어서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입니다. 사흘째 미세먼지 농도가 900㎍/㎥까지 올라가고 있는데 이 정도 수치는 강한 황사가 영향을 줄 때 나타나는 수준이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황사주의보는 미세먼지농도가 400㎍/㎥ 이상일 때 경보는 800㎍/㎥ 일 때 내려지는데요. 그러니까 중국의 현재 미세먼지 농도는 황사경보 때보다 높은 수준인 것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 안개가 올 겨울 내내 강하게 영향을 주었던 한파의 역작용이라는 점입니다. 너무 강한 힘이 오랫동안 한반도를 지배하는 사이 바닥에 엎드려 숨죽이고 있던 먼지들이 한파가 물러가자마자 일제히 떠오르면서 안개의 핵 역할을 자임하면서 생긴 현상인 것이죠.
강력한 권력자 밑에서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국가나 회사, 가정이 떠오르기도 한데요. 자연 현상이라는 것이 인간사회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됩니다.
한파가 강력했던 것만큼 안개도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요. 강한 고기압이 몰려오면서 먼지들이 다시 지면으로 가라앉지 않는 한 공기가 청명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번 주에는 목요일과 금요일 반짝 추위가 예보되어 있어 수요일까지는 안개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강력한 고기압에는 힘을 못 쓰는 먼지의 특성을 고려하면 겨울철에 추위가 풀렸는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침 출근길에 시야가 뿌옇게 흐려져 있다면 추위가 풀렸다고 판단하면 됩니다. 추위가 몰려올 때는 반대로 공기가 맑아지고 시야도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