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해서웨이가 생애 처음으로 오스카 트로피를 노린다. 2008년 첫번째 도전은 다소 버거웠다면, 2012년 두 번째 도전은 이변이 없는 한 유력해 보인다.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단 30분의 출연으로 강력한 울림을 선사했던 앤 해서웨이가 오는 2월 24일 열리는 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링컨'의 샐리 필드, '더 세션'의 헬렌 헌트,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의 재키 위버 등과 같은 관록의 여배우와 경합하지만, 연기의 폭발력이나 울림을 고려했을 때 앤 해서웨이의 적수는 없어 보인다. 미국의 유명 평론가들도 앤 해서웨이의 수상을 낙관하고 있다.
앤 해서웨이의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배우로서 보여준 그녀는 진화는 놀랍다. 처음에는 그저 예쁘기만 한 '앤'이었다. 뛰어난 미모가 배우로서의 성장에 걸림돌이기도 했던 해서웨이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장르, 폭넓은 캐릭터에 도전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출난 미모 덕분에 자신의 하고 싶을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애써 망가져야만 했다. 살을 찌우거나(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빼거나(레미제라블) 혹은 삭발(레미제라블)을 하는 등 관객으로 하여금 캐릭터의 몰입을 높이기 위해 사서 하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만 30세의 나이로 오스카를 품에 안을 가장 유력한 배우가 될 수 있었다.
◆ 뛰어난 미모와 당찬 매력…로코퀸으로 두각
인형같이 큰 눈과 시원스러운 입매를 갖춘 전형적인 서구형 미인인 해서웨이는 데뷔 초부터 뛰어난 외모로 주목받았다. 덕분에 배우 초년생 시절 해서웨이는 예쁜 외모를 전면에 내세운 로맨틱 코미디의 출연 빈도가 높았다.
해서웨이는 1999년 폭스TV의 드라마 '겟 리얼'로 데뷔했다. 그의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였다. 이 영화의 연출은 '귀여운 여인'을 통해 줄리아 로버츠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던 게리 마샬이었다. 그의 선택을 받은 해서웨이는 '프린세스 다이어리2'까지 찍으며 줄리아 로버츠와 카메론 디아즈를 잇는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다음 행보는 '브로크백 마운틴'(2005)이었다. 주연급 배우로 도약했던 해서웨이는 이 작품에서 조연으로 출연했다. 출연분량도 20여분이 채 되지 않았다. 틴에이저 무비에 출연해 어린 이미지가 강했던 해서웨이는 이 작품에서 과감한 베드신까지 감행하며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무엇보다 이안 감독이라는 세계적인 거장과 작업하며 작품관과 연기관을 재정립하는 계기를 맞았다.
해서웨이에게 세계적인 인기를 안겨준 것은 2006년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였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해서웨이는 패션계의 거물 밑에서 일하는 신참 비서에서 자의식과 독립심을 갖춘 칼럼니스트로 거듭나는 앤드리아를 탁월하게 연기해 보였다.
◆ 거듭된 도전과 성장…오스카가 보인다
해서웨이가 연기자로서 제대로 된 성취를 이룬 작품은 2008년 '레이첼 결혼하다'다. 언니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재활원을 뛰쳐나오는 마약중독자 '킴'을 연기해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을 통해 앤 해서웨이는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됐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시카고 비평가 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부터 2010년 '러브 앤 드럭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2011년 '원데이', 2012년 '다크 나이트 라이즈' 배역의 크기를 가르지 않고, 좋은 작품이라 생각되는 작품을 쫓았다.
2012년 마침내 운명처럼 '레미제라블'을 만났다. 뮤지컬 배우 출신의 어머니를 둔 해서웨이는 어려서부터 뮤지컬을 자주 보고 접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기도 했다. 특히 '레미제라블'의 '판틴'역은 과거 그의 어머니도 거쳐갔던 캐릭터였기에 남다른 의미였다.
해서웨이는 성량이 풍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감정을 노래에 투영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판틴'의 비극적 삶과 미래에의 희망을 축약한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을 부르는 해서웨이의 모습은'레미제라블'의 가장 눈부신 순간 중 하나였다.
앤 해서웨이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그에 앞서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러나 수상에 대핸 기대감 보다 팬들을 설레는 것은 해서웨이가 앞으로 보여줄 무궁무진한 연기에 대한 기대감이다. 예쁘기만 하던 '앤'의 전성시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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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