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자가 줄기세포 연구에 제동을 걸다.
2009년 미국의 과학자 두 명이 법원을 방문해 소송장을 제출했다. 소송장의 내용은 이랬다. 미국국립보건원이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보스턴 바이오메디컬리서치 소속 생물공학자였고, 줄기세포 연구자다. 그러니까 줄기세포 연구자가 줄기세포 연구를 중단시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연구하는 줄기세포와 이들이 막으려고한 줄기세포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었다. 이들은 인간배아줄기세포가 아닌 성체줄기세포 연구자였던 것이다. 그 이듬해인 2010년, 연방법원이 판결을 내렸다. 정부는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배아줄기세포도 생명으로 봐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과학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일 미국 대법원은 연방 법원의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인간배아줄기세포는 인간으로 볼 수 없다는 미국 주류 의학자들의 의견을 받아 들인 것이다. 하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미국의과대학협회는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인간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는 엄격한 윤리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여러 치료 곤란한 질병의 퇴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기독교 단체인 자유옹호연맹은 “미국 국민은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실험에 돈을 내도록 강요 받아서는 안 된다”며 즉각 반발했다.
배아줄기세포.. 14일의 논란
정자와 난자가 만나 융합되어 하나의 세포를 만든다. 수정란이라고 한다. 수정란은 만들어지자마자 두 가지를 즉시 도모한다. 첫 번째로 세포분열을 통해 완성된 인간을 향한 발달의 발걸음을 시작한다. 이 과정을 난할이라고 하는데, 한 개의 세포가 수십 개의 세포로 분열한다. 두번 째로 모체로부터 안정된 영양 공급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한다. 정자와 난자의 만남이 주로 난관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수정란은 먼저 자궁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자궁 막에 자리를 잡고 모체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는 탯줄을 만든다. 이 과정을 착상이라고 하는데, 보통 수정란이 된 후 5-7일 사이에 이루어 진다. 착상이 이루어지면 안정된 영양을 공급받을 수 있다. 이 영양분으로 발달을 활발히 진행시킨다. 4-5주가 지나면 심장과 뇌가 만들어 지고 이윽고 8주가 됐을 땐 온전한 사람의 모습이 갖추어진다. 이 때부터 태아라는 명칭이 부여 된다. 배아(embryo)는 수정란이 태아가 되기 전까지의 상태를 말한다. 배아줄기세포연구는 바로 수정란과 태아의 사이의 상태인인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발달이 이루어진 중기나 말기의 배아줄기세포가 실험에 이용되는 건 아니다. 보통 수정란이 된 후 14일 이전의 어린 배아줄기세포가 실험으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인간배아줄기세포의 논란은 난자와 정자가 만난 후14일이 되기 이전의 상태를 과연 인간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배아줄기세포..착상 여부가 관건이다.
14일 이전의 초기 배아는 인간으로 볼 수 없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일단 태아가 아닌 상태라는 것이다. 실제로 태아가 아닌 상태, 즉 임신 8주 이내일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국가도 있다. 그리고 더 실체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연구에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는 14일 이전의 배아에서 외피층 (trophectoderm, 영양외배엽)을 벗겨내고, 안에 있는 줄기세포 덩어리만(inner cell mass) 을 배양해서 사용한다. 그런데 외피층을 벗겨낸 줄기세포 덩어리는 착상능력이 없어 스스로 생명체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원조격인 한 개의 배아줄기세포는 일부러 외피층을 벗겨냈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원조에서 배양되어 실제로 실험에 이용되는 수많은 외피층 없는줄기세포 덩어리는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종교계는 난자와 정자의 융합자체를 생명체로 본다. 또 배아줄기세포를 처음으로 분리해낸 제임스 톰슨 박사는 외피층을 벗겨내고 분리해낸 배아줄기세포덩어리라 할지라도 적정한 배양 조건을 만들어 주면 외피층을 다시 형성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즉 외피층이 없는 배양된 줄기세포 덩어리도 적당한 처리 과정을 거쳐 사람의 자궁에 주입하면 착상이 되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용성을 선택하다
2001년 8월 9일 미국 부시 대통령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연방정부기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하지만, 이번 오바마 정부는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10년 사이에 인간배아줄기세포가 착상이 되어 사람이 될 수 있는냐 없느냐의 과학적이 논란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다만, 윤리적 논란이 없는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배아줄기세포는 의학적 활용도가 훨씬 크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입증 되고 있었다. 인간배아줄기세포는 기존 의학으로 풀지 못했던 난치성 신경계질환이나 치매성 질환에 획기적인 성과를 이루게 될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미국 대법원 판결은 이렇게 실용성을 선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