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경제 관련 취재를 맡게 됐습니다. 처음으로 맡게 된 일이 각 기업의 시무식 취재였습니다. 사실 저부터도 매년 초 뉴스를 보면서 그룹 회장들 이야기가 나와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었는데요. 실제로 현장에 가보니 느낌이 많이 달랐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인 기업 입장에서, 사령관이 올 한 해 전투지침을 내리는 자리라고나 할까요, 출사표를 던지는 의식 같았습니다.
특히 올해는 경제 사정이 나라 안팎으로 많이 안 좋다니까 비장감마저 흘렀습니다. 경기가 좋을 때야 강한 회사, 약한 회사 다 그럭저럭 살 수 있지만 불경기엔 실력차가 확 드러난다, 강한 자만 살아남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라, 총수들의 목소리는 한결 같았습니다.
제일 앞서간다는 삼성부터 그랬습니다. 그래도 재계 1등인데,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앞길도 순탄치 않아서 험난하고 버거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성공은 잊자, 미래를 책임질 새 사업을 찾아야 하고 인재도 나라 별로 키워야 한다”고 또 강조했습니다. 눈으로 상황을 안 봤다면 “에이 엄살도 심하시네”하고 말았을텐데, 구성원들 모습을 보니 아니더군요. 회장이 말한 이상, 진짜 새 사업을 찾아내고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 바로 패전의 멍에를 써야한다는 점 때문에 긴장감이 확 느껴졌습니다.
현대기아차도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2천 8년부터 3년간 두자릿수, 작년엔 8% 판매량을 늘렸었는데 올해는 4%만 늘릴 예정입니다. 대신 정몽구 회장은 질을 높이라고 주문했습니다. 전에는 제품에 좀 문제가 있어도 “판매량을 확 늘렸습니다”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면, 이제는 안되는 것이겠죠.
LG는 특히 위기의식이 강해보였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뒤처지면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래서 구본무 회장이 나서서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시장 선도 제품을 반드시 만들어 내자”라고 다독였습니다.
이런 '회장님들의 지시사항'은 결국 대기업들의 올 한 해 경영 방침을 결정하게 되고, 우리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겁니다. 취재를 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듣던 것보다 경제 상황이 많이 안 좋구나, 현장에 가까이 붙어 보니 체감이 확 됐습니다. 둘째, 이런 현장의 분위기를 어떻게 제대로 기사로 만들어 시청자들에게 전해드릴 수 있을까, 총수의 이야기가 곧 우리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피부에 와 닿게 전해드릴 방법을 계속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니까, 우리 기업이나 국민이나 모두 올 한 해,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발전하길 바라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