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WTO사무총장 가능할까…정부 '승산 있다'


구글에서 SBS뉴스 즐겨찾기 추가
대표 이미지 영역 - SBS 뉴스

전세계 무역 체계를 조율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한국인이 오를 수 있을까.

정부는 그간 우리나라가 무역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이고 후보자 역량도 뛰어나 승산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내년 5월 말 회원국은 합의에 따른 차기 사무총장 추대를 앞두고 정부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인물론' 부상에 18년 만에 WTO 사무총장 재도전

정부가 28일 스위스 제네바의 WTO 일반이사회 의장 앞으로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의 사무총장 입후보 등록의사를 통보하면 18년 만에 시도가 된다.

1994년 김철수 상공부 장관이 초대 사무총장에 도전했다가 이탈리아의 레나토 루지에로 통상장관에 밀려 사무차장 자리에 얻는 데 만족해야만 했다.

당시 유치전이 대륙 간 대결양상을 띠면서 치열하게 전개된 탓에 WTO가 공식 출범한 뒤인 1995년 3월에 가서야 사무총장이 선출됐다.

정부는 애초에 내년 차기 사무총장 도전에 소극적이었다.

'지역순환론'이 우세해서다.

사무총장 자리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많이 가져갔으니 이번엔 개발도상국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다.

광고 영역

전 사무총장을 태국에서 했으니 이번에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배출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었다.

최근 들어 WTO 분위기를 다시 파악해보니 지역순환론보다 '인물론'이 부상하자 정부는 긴박하게 박태호 본부장을 후보로 결정했다.

박 본부장은 수십 년간 우리 정부는 물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같은 국제적 정책결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바 있는 국제통상분야의 전문가다.

WTO 출범의 계기가 된 우루과이 라운드협상에 직접 참여했고, 2007~2010년엔 무역위원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말부터는 통상교섭본부를 이끌고 있다.

이시형 통상교섭조정관은 "일부 개도국을 중심으로 사무총장이 개도국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부분 회원국은 한결같이 지역순환보다 후보자의 자질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박 본부장은 사무총장으로서 충분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위상ㆍ후보 이력 고려시 사무총장 선출 가능"

현재까지 사무총장 후보 등록자는 7명이다.

인도네시아, 요르단, 가나, 케냐, 멕시코, 코스타리카, 뉴질랜드 등이다.

전직 통상장관이 4명, 현직 2명, 나머지 1명은 제네바 대사를 지냈다.

우리나라가 등록하면 8명으로 늘어난다.

등록 마감일인 31일까지 1~2개국에서 후보자를 낼 것으로 알려져 전체 후보자는 1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잘 알려진 후보로는 인도네시아의 마리 엘카 팡에스투 관광창조경제장관과 멕시코 에르미니오 블랑코 통상산업개발부 전 장관이 꼽힌다.

마리 장관은 2004~2011년 통상장관을 지내 국제 통상분야에서 인지도가 높다.

블랑코 장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을 주도한 인물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 본부장의 사무총장 선출 가능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입후보자 가운데 아주 두드러진 인물은 없어서다.

사무총장 후보를 회원국 정부가 내도록 한 것은 후보자 본인 역량뿐 아니라 해당 국가의 위상도 고려된다는 점을 시사하기에 우리나라가 유리할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한국은 자유무역체제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본 나라 중 하나고 무역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 실증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견국가로서 선진국과 개도국간 가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시형 조정관은 "현재로서 어느 특정 후보로 압도적인 지지가 몰릴 것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한국의 위상이나 박 본부장의 이력을 볼 때 (사무총장 선출의)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광고 영역

◇5월 말 차기 사무총장 추대…정부 총력전 돌입

올해 말로 후보자 등록이 마무리되면 내년 1~3월에 후보자를 낸 국가는 회원국을 상대로 지지교섭을 벌인다.

내년 1월 말에는 제네바의 일반이사회 공식회의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기회도 있다.

4월부터 5월 말까지 차기 사무총장으로 누구를 선정할지 회원국간 협의가 진행된다.

이 기간 선출을 총괄하는 일반의사회 의장이 회원국의 의사를 듣고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자를 탈락시키는 절차를 반복해 최종 후보자 1인을 가린다.

회원국의 이견이 없으면 만장일치로 차기 사무총장을 추대하게 된다.

선출 기한까지 의견 수렴이 어려우면 투표 선출도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되나 현재까지 투표로 사무총장을 뽑은 전례가 없다.

1999년에 사무총장 선출에 진통을 겪자 표결로 가는 대신 당시 유력 후보였던 마이크 무어 뉴질랜드 전 총리와 수파차이 파닛차팍 태국 부총리가 3년씩 번갈아 사무총장을 맡는 것으로 합의를 보기도 했다.

최종 결정은 5월 말 예정됐다.

차기 사무총장은 내년 9월1일부터 4년간이다.

WTO 사무총장은 G7(주요 7개국), G20, APEC 등 각국 정상간 모임에 출석해 국제무역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각국 통상장관과 제네바의 대사를 대상으로 WTO에 관한 운영과 핵심 이슈를 협의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타협을 유도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사무총장은 국제통상에 전문성을 요구하는 자리이기에 WTO는 선출 절차규정에 따로 사무총장의 자격요건을 두고 있다.

정부는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는 대로 인수위 측에 입후보 사실을 보고하고 지지교섭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꾸려 3월 말까지 회원국을 상대로 지지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