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지역에 소아마비 백신 괴담이 확산되더니 끝내 예방접종 활동가들이 희생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25일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소아마비 예방접종 활동을 미국 간첩 행위라고 비난하는 탈레반 무장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총격에 활동가 9명이 지난주 희생됐다.
나이지리아에서도 이슬람 무장 세력인 보코 하람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다른 이슬람 지역에서도 강도는 다르지만 부정적인 정서가 형성돼있다.
이슬람 지역에 퍼진 소아마비 백신 괴담에는 사실적 근거들이 있긴 하다.
1996년 나이지리아 북부에 수막염이 돌았을 때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항생제 시험을 하다가 어린이 1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화이자는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험 과정에 다소 변칙적인 부분이 있었고 결국 지난해부터 피해자 보상을 시작했다.
파키스탄 파슈툰 지역에서는 예방접종 활동가들이 알카에다 소탕 목적의 미국 무인기(드론)와 관련돼있다는 의심이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오사마 빈 라덴을 찾기 위해 예방접종 활동을 활용했다고 인정하고 백악관이 라덴의 거주지를 무인기로 폭격하는 안을 검토했다고 했을 때 탈레반 지도자들로서는 두 사안을 연결짓지 않을 수 없다.
반미 감정이 약한 지역에서 보기에도 예방접종 활동은 수상해보이는 면이 많다.
만약 미국에서 낯선 사람이 문을 두드려 5살 이하 어린이가 몇 명인지 물어보고 약을 주겠다고 한 뒤 문에다 분필로 몇 명이 약을 받았는지 써놓고 간다면 부모로선 걱정이 될 것이다.
파키스탄 지도자들은 예방접종 활동가들이 집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위성항법장치(GPS)를 갖고 다니는데 무인기에도 GPS가 이용된다는 점을 연결시켜 무인기가 없어질 때까지 예방접종을 금지시켰다.
소아마비 척결 운동은 백신에 돼지고기나 에이즈 바이러스가 들어있다는 소문에도 부딪쳤다.
에이즈설은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침팬지 신장 세포에서 소아마비 백신을 양성한 뒤 콩고에서 시험을 하는 과정에 에이즈가 확산됐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소아마비 백신이 불임을 유발한다는 소문은 나이지리아 라디오 방송국에서 정부 사업에서 빠진 데 화가 난 무슬림 의사가 처음 언급했다.
백신에 에스트로겐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백신 바이러스는 송아지 태아세포에서 양성하니 어미소의 에스트로겐이 검출될 수 있는데 이는 우유에 함유된 양보다도 적다.
또, 양성 과정에 돼지 췌장에서 나오는 단백질 분해효소인 트립신이 미량 들어가는 점에서 무슬림이 기피하는 돼지고기 제품으로 만들었을 것이라는 소문도 무슬림들이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이유로 꼽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