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은 코앞으로 다가온 '재정 절벽(fiscal cliff)'을 피하기 위해 우선 연소득 100만 달러 미만 가구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현안에 대한 협의도 계속할 방침이다.
오바마는 이로는 불충분하다고 즉각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선의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해결책 도출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일단 막판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지만, 양측 간 이견이 점점 좁혀지고 있어 협상이 조만간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18일(현지시간) 오전 당 지도부 회의와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어 이런 내용의 '플랜B'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재정 절벽 시한이 꼭 2주일 남은 시점에서 가능한 한 빨리 조처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 대부분 납세자의 세율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오바마의 양보를 더 얻어내려 압박하는 동시에 어떤 종류의 세금 인상에도 반대하는 자당 의원들을 설득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베이너는 이날 "데드라인(12월31일 자정)까지 시간이 너무 없다. 현행법에 들어 있는 감세 혜택을 연장하지 않으면 세금이 5천억 달러나 뛴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세율 인상도 가능하면 막아야 한다. 오늘 아침까지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수정 플랜 B'가 현재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이르면 이번 주 이 계획에 대해 투표할 예정이다.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지도부 회의에서 투표가 이번 주 시행될 수도 있다는 점을 소속 의원들에게 알렸다.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정부개혁·감독위원장은 "의원들은 베이너 의장을 지지한다. 손들고 일어나 '반대한다'고 말한 의원은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와 백악관은 베이너의 제안을 거부했다.
'균형 잡힌 접근'이라는 요구에 걸맞지 않고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너무 적다는 게 이유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받아들일 의도가 없다. 부유층에 합당한 세금을 요구하지도 않고, 대신 그 부담을 중산층과 노년층에게 떠넘기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정당하고 균형 잡힌 절충안으로 가는 길은 명백하다. 대통령은 타협점을 향해 꼭 절반을 움직였으며 거의 근접해 있다"고 공화당 측에 부자 증세에서 좀 더 많은 양보를 요구했다.
카니는 "대통령은 양측이 남은 차이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으며 우리 앞에 놓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결책을 도출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베이너의 '대체 계획(backup plan)'은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베이너에게 오바마와 포괄적인 적자 감축 협의를 이루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드는 "지금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이지 문제를 뒤로 미룰 때가 아니다(not kick the can down the road)"고 주장했다.
그가 이끄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하원은 지난 7월 연말이면 종료되는 연소득 25만 달러 미만 가구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미 통과시킨 바 있다.
앞서 오바마는 전날 베이너와의 3차 회동에서 '부자 증세' 기준을 연소득 25만 달러 이상 가구에서 40만 달러 이상으로 올리는 내용의 타협안을 전격 제안했다.
이러면 세수 확충 규모는 10년간 1조 2천억 달러로 줄어든다.
오바마는 부자 및 기업 증세를 통해 세수를 1조 6천억 달러 확보하겠다는 초안을 내놨다가 이를 1조 4천억 달러로 수정한 데 이어 다시 2천억달러를 더 깎은 것이다.
대신 연방 정부의 재정 지출 삭감 규모는 향후 10년간 1조 4천억 달러에서 1조 2천200억 달러로 하향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베이너도 지난 14일 오바마 행정부가 각종 사회보장 혜택 축소 등을 통해 1조 달러 예산을 깎는다면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부유층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안을 수용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동의하면 연방 정부의 채무 한도도 상향조정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재정 절벽은 올 연말까지 적용되는 미국의 각종 세제 혜택이 끝나 내년 1월1일부터 대부분 납세자의 세율이 치솟고 연방 정부도 재정 적자를 줄이고자 지출을 대규모로 자동 삭감해야 해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돼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것을 뜻한다.
재정 절벽에 빠지면 정부 지출은 10년간 1조 2천억 달러를 자동으로 줄여야 한다.
당장 2013년에만 국방 예산 550억 달러와 일반 예산 550억 달러 등 1천100억 달러가 삭감된다.
일반 예산에는 실업수당 260억 달러와 메디케어(노년층 의료보장) 등도 포함돼 있어 서민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10년 이상 시행되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른바 '부시 감세' 등의 조치도 끝나 새해 1월부터는 대부분 국민의 세금이 오른다.
양측이 아직 팽팽한 견해차를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공화당이 부자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받아들인 데다 오바마도 사회보장 축소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낙관론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켄트 콘라드(민주·노스다코타) 상원 재정위원장은 "양측이 의회에서 의미 있는 다수의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합의안에 점점 가까이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