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무제한 양적 완화'를 예고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이 돈을 풀면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에 따라 국내 수출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다.
일본의 통화완화책을 펴면 국내 증시에 흘러드는 유동성이 확대된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이 경우 미국계와 일본계 자금이 이끄는 `상승 랠리'가 예상된다.
18일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주 위주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지만 엔화 가치 하락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약세 현상이 코스피에 `단기 악재'가 되는 데 그친다는 분석이다.
◇ 日 '무제한 양적 완화' 예고…"코스피에 단기 악재" 18일 오후 3시 현재 달러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0.32엔 상승한 84.00엔을 나타냈다.
엔ㆍ달러 환율은 지난달 14일부터 줄곧 80엔 위를 움직이고 있다.
올해 들어 80엔 이하를 맴돌던 엔ㆍ달러 환율은 일본 총선 다음날인 17일에는 83.68원까지 올랐다.
한 달 전(11월16일)보다 3.1%(2.52엔) 오른 값이다.
그간 지나치게 고평가돼 일본 수출 기업의 발목을 잡았던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 데는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가 한몫했다.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는 적극적 통화완화책 시행을 주장하면서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 금융완화를 단행하겠다"고 못박았다.
그의 공약에는 3% 명목 성장률 달성, 이를 위한 추경 예산 편성, 인플레이션 목표치 2% 등의 정책도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장기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연구위원은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성장률과 물가가 동시에 떨어지는 현상) 상태에 빠져있다"며 "돈다발을 아무리 풀어도 경기를 자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엔을 달러로 교환해야 엔화 약세 현상이 강해지는데, 경기침체로 유동성이 내부에서 맴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금융당국이 그간 엔고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110조엔 이상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에 BOJ의 통화완화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키움증권 마주옥 연구원은 "유동성 공급만으로는 침체에 빠진 경기를 살리기 어렵다"며 "일본의 경기침체 속도가 유동성 공급 속도를 압도하고 있어 엔화 약세 전환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 엔화 약세, 자동차株 흐름에 제한적 영향 엔화 약세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단기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기업은 일본 기업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아서 엔화 약세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특히 지금처럼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는 엔화 가치 하락이 수출 기업에 '이중고'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 업체와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자민당의 압승 결과가 나오고서 일제히 하락한 자동차주는 이날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18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0.44%, 0.84% 떨어졌고 현대모비스도 0.69% 내렸다.
자동차 업체가 유독 `엔화 약세 피해주'로 주목받는 이유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기업과의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탓이다.
일본 기업의 가경경쟁력 상승은 한국 자동차 기업의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가장 높은 산업은 자동차 및 부품으로 경합도가 0.91에 이른다.
수치가 1이면 완전 경합 관계인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 컴퓨터(0.85), 반도체(0.84), 기계(0.69) 등이 전체 산업 경합도 평균인 0.59를 웃돌았지만 관련 업체 주가가 내리는 현상은 없었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역량이 일본 기업을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배성영 연구원은 "일본 가전업계가 쇠락하면서 반도체, 컴퓨터 분야 기업이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뒤처졌다"며 "반면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아직 시장 경쟁력을 갖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자동차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일본 수출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수출액은 상당기간 환율과 무관하게 동반 상승 또는 하락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서성문 연구원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수출 비중이 점차 하락하고 있어 엔화 약세에 따른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전체 판매 대수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28.7%에서 올해 상반기 18.2%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엔화 부채가 많은 산업재 업종 일부 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배 연구원은 "일본에서 기계를 수입하는 산업재 업종 일부 종목이 반등했다"면서 "엔화 약세 속도가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실적이 주목할만한 수준으로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