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공약 보니…문제의식 '비슷', 해법은 달라

朴 행복기금ㆍ목돈 안드는 전세 vs 文 금리인하ㆍ깡통주택 주거보장
전문가들 "朴 정책효과 부족, 文 실현가능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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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여야 후보의 금융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은 비슷하지만 해법에선 다소 온도 차가 감지된다.

대표적으로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방안을 보면 양측 모두 사회적 약자의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해결책은 차이가 있다. 박근혜 후보는 18조원 규모의 행복기금을 제시했고 문재인 후보는 제도개선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또 양측 모두 소비자 보호에 무게를 둔 탓에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권의 경영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같은 금융권의 숙제와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후보마다 입장이 조금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강도와 실현 가능성 등에서 서로 장단점을 갖춘 공약으로 평가했다.

◇朴 "행복기금 18조원 투입" 文 "대출금리 인하·수수료 개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금융정책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고유계정과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등을 재원으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마련해 연체채권 매입과 대출이자 감경 등에 쓰겠다는 것이다.

오정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재원 조달에 관심을 기울여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하면서도 "가계부채 해결에는 효과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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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쪽에선 과거 구조조정기금이나 부실채권정리기금과 달리 국민행복기금은 일단 지원되면 회수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반응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대출 최고금리 인하, 취약계층의 금융수수료 적정성 심사제도 등을 제시했다.

현재 연 39%인 최고금리를 25%로 낮춰 이자 부담을 줄이고, 소상공인ㆍ영세자영업자에 적용되는 각종 금융수수료가 적정한지 재검토하겠다는 뜻이다.

이필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개혁에 중점을 두고 제도를 바꾸는 정책을 내놨다"면서도 "실현 가능성이 의문이며 효과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대출 최고금리를 내리는 이른바 `피에타 3법'은 금리결정 구조를 왜곡해 오히려 저신용층이 사채시장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기존 입장이다.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문제와 관련, 박 후보는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 대상 확대를, 문 후보는 `개인 힐링통장(압류금지 계좌)' 도입을 제시했다.

박 후보가 대체로 기존의 제도를 유지ㆍ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문 후보는 다소 생소하고 실험적인 제도를 만드는 데 주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박 후보는 대부업을 제도권에 편입해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검ㆍ경ㆍ지자체 합동의 불법사금융대책반을 상시 가동하겠다고 했다.

◇朴 "세입자 자금부담 완화", 文 "깡통주택자도 주거 보장"

박 후보는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를 제시했다. 집주인은 전세보증금 대신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세입자는 임대료 대신 대출 이자를 내는 방식이다.

문 후보는 일정 금액 미만의 1가구 1주택자에 대해선 대출금을 갚지 못해도 금융회사가 집을 경매에 넘기지 못하게 하는 `임의경매 금지'를 내놨다.

두 후보의 하우스푸어 대책은 모두 거주권 보장에 무게를 뒀다. 돈이 모자라거나 빚을 많이 지더라도 기본적인 주거 문제에 곤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나머지는 대체로 금융권과 학계 등에서 거론된 다양한 해법을 차용, 발전시킨 것으로 요약된다.

박 후보는 `보유주택 지분 매각제도'를 제시했다. 주택의 지분 일부를 공공기관에 넘기고, 지분에 해당하는 만큼 임대료를 내면서 사는 제도다.

금융권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을 공공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지분 일부만 넘기게 해 주택 소유권을 보장하는 효과가 있다.

문 후보는 높은 집값 탓에 지나치게 빚을 많이 내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매입형 공공임대주택과 주택연금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고정금리ㆍ장기분할상환 전환에도 힘을 싣기로 했다. 금리 변동과 유동성 위험을 대출자가 모두 떠안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 대책은 총량 억제와 저소득층 구제 문제로 나뉘는데, 두 후보 모두 구체적인 비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경기 침체와 고용 악화 등 거시경제 변수와 연관지어 고민해야 한다"며 `큰 그림'이 아쉽다고 꼬집었다.

◇朴ㆍ文 모두 소비자 보호에 무게…금융권 위축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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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의 금융정책 공약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금융 소비자 보호에 무게가 많이 실렸다. 그런 만큼 금융회사는 큰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의료비 부담 경감 공약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2천5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민영 건강보험) 시장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를 국민건강보험 급여에 넣겠다고 발표했다.

문 후보는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힐 뿐 아니라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가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건강보험의 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하면 실손의료보험 시장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후보가 `약탈적 대출'과 불법추심 등을 근절하는 소비자 보호 법규를 도입하겠다는 안은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문 후보가 제시한 증권 집단소송 규제 완화와 `좋은 신용카드(영세 자영업자에 낮은 수수료를 매긴 카드)' 활성화도 증권업계와 카드업계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모집 규제, 카드 대출 규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압박받는 상황에 추가 규제는 경영에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민영화 재추진, 금산분리ㆍ대주주심사 강화

금융권의 해묵은 숙제인 우리금융 민영화는 누가 당선되든 다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쪽은 문 후보다. 그는 우리금융의 은행 계열사를 쪼개 우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을 따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우리금융 민영화의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를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지난 7월 발언으로 미뤄 어떤 형태로든 추진할 전망이다.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지배 금지)' 원칙은 두 후보 모두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저축은행 사태'로 문제시된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확대ㆍ강화하는 방안에도 두 후보가 한목소리를 냈다.

금융감독체계는 문 후보가 `분리'에 방점을 찍었다. 박 후보는 뚜렷한 방향을 내놓진 않았지만 당분간 기존 체계를 유지하는 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금융위원회의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고 감독기구(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박 후보는 공약집에 금융위와 금감원을 두루 언급해 두 기관을 당분간 손대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김기원 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두 후보의 공약에 대해 "박 후보는 실현 가능성이 크지만 진정성이 덜한 느낌이고 문 후보는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얼마나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라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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