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전철역에서 50대 한인 남성이 다른 사람에 떼밀려 열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 사회에서 자성론이 일고 있다.
다른 사람을 도우려고 나선 나이 든 사람이 덩치가 큰 젊은 사람에게 떼밀려 선로에 떨어졌는데도 주변의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은 것은 사회 윤리상 큰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지하철 사망사건 그 후: 그 자리에 영웅은 없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기석(58) 씨 사망 사건을 전날에 이어 크게 다뤘다.
NYT는 이번 비참한 사건 이후 분노의 목소리가 각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게 한다고 지적했다.
전철이 다가오는 위험한 선로에 누군가 나를 밀쳐버렸다면, 혹은 그렇게 떨어진 사람 옆에 내가 있었다면 용감하게 구조할 수 있었겠느냐는 자문을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사건이 있었던 지하철 역에서 한 남성과 만나 만일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를 물었다.
이 남성은 "부당한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일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만 답했다.
한 씨는 지하철 역에서 불량스러운 행동을 하는 덩치 큰 흑인을 제지하러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에드밀슨 사비에르(49) 씨는 한씨가 옳은 일을 하려고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한씨가 흑인에게 '이봐 젊은이, 자네가 여기 사람들을 무섭게 만들고 있지 않나'라며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또 뉴욕의 한 신문이 한씨의 사망 직전 장면을 신문에 크게 실으면서 더욱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선정적인 사건 사고를 주로 다루는 일간 뉴욕포스트는 4일자 신문 1면 전면에 열차에 치이기 직전인 한씨의 사진을 실었다.
사진이 게재되자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진만 찍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사진을 찍은 프리랜서 사진기자 우마르 압바시는 한씨를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며 따라서 직접 구조하는 대신 재빨리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려 열차에 정지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가 찍은 사진에 보면 열차가 들어오는 플랫폼 입구 쪽에는 열차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열차에 속도를 줄이라며 손짓을 하는 모습들이 담겨 있다.
목격자 사비에르 씨는 "그 사람들 중에 한씨를 끌어올릴만큼 건장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나"라고 반문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망한 한씨는 지난 1975년 미국 아칸소 대학으로 유학을 온 뒤 맨해튼에서 세탁업을 해왔다.
하지만 수년전 일을 그만두었으며 아내마저 5년째 척수염을 앓아 생활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