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흑인으로 첫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청사(靑史)에 길이 남을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재선에 성공, 뚜렷한 업적을 남길만한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는 점에서 일단 오바마는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은 첫 임기 때 하기 어려웠던 어려운 과제를 '국민과 역사'만 쳐다보고 과감하게 밀어붙여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작가이자 대통령사학자인 도리스 컨스 굿윈은 22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집권 2기 때 옛 소련과 화해를 통한 탈냉전시대 개막, 세제 개혁 문제 등으로 주목을 끌면서 탄탄한 입지를 굳혔고,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도 연임에 성공하면서 남북전쟁을 승리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도 재선하지 못했더라면 대공황을 종식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오바마는 그러나 다른 대통령들이 집권 2기에도 부닥쳐보지 못한 난제들을 집권 1기에 직면했고, 2기 내각이 공식 출범하기도 전에 벌써 숱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연임을 확정 지은 지 불과 2주일 만에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CIA(중앙정보국) 국장의 성추문,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피습사건에 대한 공화당의 '워터게이트식' 조사 요구,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내 무장세력간 유혈충돌 등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오바마 2기의 주요 정책목표들에 대한 국민들 관심은 태양 아래 안개처럼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울러 발등의 불인 재정절벽 위기 해소, 이민법 개정을 위한 공화당과의 협상도 난관에 진입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가자 사태와 이란의 핵개발 논란, 아직도 진행형인 '아랍의 봄' 투쟁 등 중동의 여러 사건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자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전례를 답습하지 않는데만 지나치게 역점을 두는 듯한 태도를 취해 왔다.
부시가 연임에 성공한 직후 "재선을 통해 정치적 자산을 얻었고 이제 그것을 쓸 생각"이라고 선언했으나, 사회보장제 개혁 논란을 포함한 각종 '악재'로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오바마 집권 2기를 맞아 의회의 권력분포를 보면 상원은 53 대 45로 집권 민주당이 다수지만, 하원은 여전히 공화당(433명 중 234명) 수중에 장악돼 있어 오바마의 선택 폭은 그리 크지 않다.
대통령사학자들은 "여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 해서 반드시 백악관 입장을 두둔할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라면서, 특히 오바마는 하원의 튼튼한 지원을 받았던 부시 때와는 달리 하원내 소수세력으로 전락, 공화당의 정치 게임에 질질 끌려 다닐 수 있다고 경고한다.
폴리티코는 "빌 클린턴도 1996년 재선에서 압승하면서 균형예산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모니카 르윈스키와 성추문으로 상원과 대립하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됐었다"면서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을 때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 오바마 대통령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통령은 후대 역사의 평가를 의식하는 반면, 상하원 의원들은 자신의 선거나 차기 대선에 관심을 더 두는 속성까지 감안하면 오바마의 대의회 통제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후 지금까지 집권 2기에 추진해야 할 확고하고도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사학자들은 오바마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 위해 벤치마킹해야 할 대통령으로 테디 루스벨트, 레이건을 추천한다.
루스벨트가 국내적으로는 의회의 개혁법안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국민들과 직접 접촉했고, 국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점점 더 강한 리더십을 발휘했던 점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당시로선 적대국이었던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의기투합, 동과 서의 극단적 이념 분쟁을 종식해 탈냉전의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었던 레이건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구상중인 오바마에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루스벨트와 레이건 두 대통령의 자서전을 쓴 퓰리처상 수상작가 에드먼드 모리스는 "오바마와 이들 두 대통령과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루스벨트와 레이건은 재선에서 압승, 국내외 과제 처리에 큰 힘을 받을 수 있었던 반면, 오바마는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