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함으로써 유럽 경제에서 '프랑스 리스크'가 계속 커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무디스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의 국고채 등급을 최고등급이던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이는 지난 1월 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낮춘 지 10개월 만에 취해진 것이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피치를 제외한 2대 평가사가 프랑스의 최고등급을 박탈한 셈이다.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 추가로 신용등급이 더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뒀다.
무디스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에 대해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경쟁력 감소와 노동·상품·서비스 시장의 장기적인 경직성 등 여러 구조적인 문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또 경제전망이 악화함에 따라 재정 여건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해졌고 프랑스가 향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무디스의 프랑스 신용등급 강등은 예고됐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디스는 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시키자 '긍정적'이던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면서 노동시장 개혁과 재정 혁신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지난 4-5월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 승리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 정부는 지금까지 출범 6개월간 별다른 경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
최근에는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프랑스의 현 경제 상황과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프랑스에 대해 내년에 위기가 닥칠 수 있는 "유럽 한가운데의 시한폭탄"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프랑스 경제는 이코노미스트의 진단대로 현재 위기 상황이다.
3분기 성장률이 0.2%를 기록하긴 했지만 2분기에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0.1% 위축됐고, 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프랑스 중앙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내년도 경제가 0.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를 절반으로 축소했다.
특히 실업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면서 13년 만에 실업률 10% 시대를 맞았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07년 64.2%에서 지난해 85.8%까지 치솟았다.
프랑스 국민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가 올랑드 정부 출범 이후 경제를 비롯한 주변 여건이 악화된 것으로 여긴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프랑스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스 정부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대해 "전임 정부의 폐단이 남긴 흔적"이라고 반박하며 부자증세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200억유로의 감세안 등을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인세 인상과 연소득 100만유로 이상의 부자에게 75%의 과세구간을 적용하는 부자증세는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직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방만한 재정운영을 합리화하지 않으면 유로존 2대 경제국인 프랑스가 위험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