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간 단일화를 둘러싼 대립 격화로 대선 정국이 요동치면서 `호남의 선택'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야권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은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를 선택, 노 전 대통령의 대권가도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등 상징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번 대선에서도 호남의 표심이 문, 안 후보간 단일화 경쟁의 승패를 가늠케 할 풍향계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안 후보가 단일화 협의가 최대 위기에 처한 가운데 18일 광주를 방문하는 등 부산ㆍ경남(PK) 출신인 두 후보 모두 호남 공략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지만 호남의 표심은 아직 안갯속이다.
안 후보가 지난 9월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부터 야권의 심장부인 이 지역의 시선은 민주당 간판을 단 문 후보보다는 장외의 안 후보로 향해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앙금으로 남아있던 친노(친노무현)에 대한 반감, 지역내 여당 역할을 하며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은 민주당에 대한 염증과 불신, 여기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더해지면서 안 후보 우세 현상이 뚜렷했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까지 포함한 3자 대결구도에서 안 후보가 앞서 나가면서 본선 경쟁력에 대한 기대감도 안 후보에 대한 호감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문 후보가 추석 연휴 전 1박2일 광주ㆍ전남 방문 기간 참여정부 시절 홀대론을 사과하는 등 호남 공들이기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지난달 말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나타난 흐름이다.
실제 단일화 국면이 본격화된 이후인 11월 두셋째 주를 기준으로 두 후보는 각축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9∼11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호남 지역내 야권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40.8%로 문 후보(33.0%)를 앞섰다.
반면 1천500명을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의 13∼14일 야권 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43.9%로 안 후보(43.0%)를 박빙의 차이로 앞질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후보간 격차가 좁혀진데 대해 "단일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누가 후보가 돼도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데 따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정당 기반을 등에 업은 문 후보와 새정치를 무기로 한 안 후보 사이에서 최종 선택을 유보한 이 지역 유권자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져 이들의 표심을 누가 얻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어 주목된다.
무엇보다 협상중단 사태로 중대고비를 맞은 이번 단일화 게임에서 두 후보가 어떤 리더십을 보이느냐에 따라 향후 판세가 상당부분 좌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수록 단일화 결렬 우려가 고조될 수밖에 없는 만큼 두 후보 모두 상당한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단일화 회동 전격 제안과 후보등록 이전 단일화 합의, 단일화 협의 잠정중단 선언, 조건부 양자회동 제안 등의 승부수를 던졌던 안 후보는 문 후보와 민주당의 반발을 아우르며 단일화 국면을 주도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됐다.
문 후보측이 "그렇게 우리를 의심하면 단일화 대상이 안된다"는 말까지 하는 등 묘수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어서 안 후보는 지난 9월 출마선언 이후 최대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반면 문 후보는 안 후보가 과제로 제시한 당 쇄신을 완수, 민주당에 덧씌워진 `구(舊)정치세력' 딱지를 벗고 정치개혁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하면서 친노 프레임에서도 탈피해야 하는 처지다.
`맏형론', `통 큰 양보'를 내세우다 지난 16일 안 후보에 대한 강공으로 선회한 점이 호남 여론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호남의 민심이 어느 한쪽으로 압도적으로 쏠리기보다는 두 후보 사이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단일화 막판으로 가면서 `쏠림 현상'이 연출될지 여부는 어느 후보가 더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단일화 과정을 잘 관리해갈 지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