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성범죄·오보 파문으로 '휘청'

엔트위슬 사장 54일만에 퇴진…위기감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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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공영방송 BBC가 창립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작고한 진행자 지미 새빌의 성범죄 파문으로 시작된 신뢰와 공정성 실추 논란은 조지 엔트위슬 사장이 취임 54일 만에 정치인 성추문 오보 파문으로 사임하면서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언론들은 BBC의 위기 상황을 거친 풍랑을 만난 배가 방향타를 잃고 암초로 돌진하는 형국에 비유했다.

엔트위슬 사장이 오보 파문 직후 사임을 발표하고, 크리스 패튼 BBC 트러스트 회장이 조직 개혁 계획을 밝히는 등 조기 진화에 애쓰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패튼 회장은 이날 BBC 방송에 출연해 "BBC의 신뢰 회복을 위해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며 "최고경영자 직무와 뉴스편성권을 분리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의 BBC 사태와 관련, 엔트위슬 사장에 이어 패튼 회장과 헬렌 보덴 보도책임자도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하원 문화위원회의 필립 데이비스 보수당 의원은 "지도력을 상실한 BBC는 개혁을 이끌 외부인사가 필요하다"며 "사장뿐만 아니라 패튼 회장까지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BC는 팀 데이비 라디오부문 책임자가 당분간 BBC 사장직을 대행하며, 수주일 내에 후임 사장 선임 절차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BBC는 이번 오보 파문으로 최소 100만 파운드(약 17억원) 규모의 피해보상금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엔트위슬 사장은 지난해 새빌의 성범죄 은폐 의혹에 이어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 뉴스나이트의 오보 소동이 확대되자 전날 밤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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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 소동은 BBC가 새빌 성범죄 은폐 의혹 비판에 대응해 관련 내용과 정치권 성추문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과정에서 터졌다.

뉴스나이트는 지난 2일 방송에서 1980년대 어린이 보호시설에서 보수당의 고위급 인사로부터 반복적으로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내보냈다.

방송은 이 정치인의 신원을 밝히진 않았지만,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측근이자 전직 보수당 회계담당자인 알리스테어 맥알파인이라는 추측이 인터넷에서 확산됐다.

그러나 방송 이후 맥알파인이 공개 성명을 발표해 혐의를 부인하고, 피해 남성마저 잘못된 증언을 인정하면서 BBC는 오보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방송에 앞서 피해자 진술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일간지 가디언에서 제기됐지만 이런 경고는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엔트위슬 사장은 바쁜 스케줄 때문에 신문 보도를 보고받지 못했으며, 본방송도 시청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BBC는 이에 앞서 진행자 새빌이 1970년대에 방송국 주변 미성년자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ITV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면서 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이 같은 고발 내용은 BBC가 먼저 확보했으나 지난해 12월 뉴스나이트의 관련 기획물 방영이 보류된 것으로 드러나 프로그램 책임자 보직해임 조치에도 마크 톰슨 전 사장과 헬렌 보덴 보도국장의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엔트위슬 사장은 지난달 하원 문화위원회에 출석해 "뉴스나이트의 기획물은 당시에 방송됐어야 했다"며 "1960년~80년대 BBC 내부에 만연했던 잘못된 문화가 유명 진행자인 새빌의 충격적인 범죄를 방조한 면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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