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간부 비리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투입된 김수창 특임검사가 거액수수 의혹을 받는 A검사 사무실과 자택 등을 11일 전격 압수수색하자 경찰이 A검사에 대한 강제구인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또 특임검사가 경찰 소환을 앞둔 참고인을 이날 먼저 불러 조사하자 경찰은 `참고인 가로채기'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사건을 검찰과 경찰이 `이중수사'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여졌다.
경찰은 검찰이 사건을 특임검사에게 넘기도록 송치지휘를 하더라도 불응할 방침이어서 양대 수사기관의 극한대립이 불가피해졌다.
경찰 총수인 김기용 경찰청장은 특임검사의 수사와 관계없이 A검사에 대한 수사를 독자적으로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A검사는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의 측근과 유진그룹 관계자 등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다.
전날 서울서부지검에 수사팀을 편성한 김수창 특임검사팀은 이날 오전 A검사의 근무지인 서울고검 청사 사무실과 집, 유진그룹 사무실, 금품공여자 사무실과 집 등 5∼6곳을 압수수색했다.
김 특임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내부적으로 (A검사) 소환을 조율 중에 있다. 소환하지 않고 사건을 끝낼 수는 없다"고 말해 곧 A검사를 피의자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특임검사팀은 이날 차명계좌 입금 등에 관련된 참고인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특임검사는 "경찰이 (수사를) 할 필요 없을 수도 있다. 끝장을 보겠다. 훨씬 엄하게 하겠다"며 수사의지를 드러냈다.
김 특임검사는 "경찰은 특임검사에게도 아무것도 안 주겠다고 한다"고 말해 경찰로부터 일체 수사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전날 A검사에게 소환을 서면 통보한 경찰은 A검사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에 대비해 강제구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해당 검사가 16일까지 설정된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소환을 재차, 3차 요구할 것"이라면서 "소환에 끝까지 응하지 않는다면 법 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검사에 대해 차명계좌를 관리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를 중심으로 조희팔씨 측근과 유진그룹 관계자 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하기 위해 전날 소환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따라 A검사는 검찰과 경찰로부터 이중으로 출석 요구를 받게 되는 처지가 됐다.
A검사는 일단 경찰의 소환 요구에 `알았다'는 반응만 보인 상태다.
경찰은 특임검사팀이 A검사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해 "수사방해"라며 반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의 중심을 선점해 결국 경찰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의미"라며 "경찰은 해당 검사가 받은 거액의 자금이 대가성이 있음을 입증할 만한 별도의 수사 방안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경찰에 나오기로 약속한 주요 참고인을 특임검사팀이 오전에 불러 조사하고 경찰 조사에는 응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경찰 수사팀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이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과 관련해 소환 통보한 5~6명의 참고인 중 유진그룹 관계자 등 2명은 소환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기용 경찰청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A검사에 대한 수사방침과 관련 "경찰이 이미 수사를 진행하는 사건인 만큼 독자적으로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검찰간부 비리 의혹을 둘러싼 검·경 격돌 이후 경찰 총수가 내놓은 첫 입장 표명이다.
특히 검찰이 지명한 김수창 특임검사가 수사에 착수한 직후 경찰조직의 대표가 내놓은 반응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김 청장은 "경찰이 이미 수사를 시작한 사건을 두고 검찰이 특임검사를 지명한 것은 개정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두 수사기관이 동일한 사건을 각자 수사하는 것은 중복 수사로 인한 인권 침해 등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 청장의 발언은 사실상 특임검사의 수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으로, 경찰이 향후 검찰의 사건 송치 지휘에도 불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경찰청 수사라인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이미 수사 중인 사안이고 수사개시보고서도 검찰에 제출한 만큼 특임검사의 수사협조 요청에 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