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는 시장의 예상대로 마무리됐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상원과 하원을 지배하는 의회 구도는 유지돼 `재정절벽(fiscal cliff)'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9일 민주당과 공화당이 재정절벽을 막고자 대타협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그 시기가 올해일지 내년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 "협상은 타결하겠지만 시기가 문제"
경제 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갈등의 모양새를 보이겠지만 재정절벽 협상에 끝내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협상이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시간을 끌게 되면 미국 경제는 또다시 경기 후퇴의 국면으로 진입하게 되기 때문이다.
재정절벽은 경기부양책(감세와 보조금 4천990억달러 규모)이 연말에 종료되고 내년 초에 재정감축이 자동으로 실행되면 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 있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재정절벽이 내년 실질적으로 시작되면 미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5%포인트 떨어지고 실업률도 9.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의회가 이런 경기 침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면 협상이 언제 타결될 건인지가 관건이다.
재정절벽이 현실화되기 전에 타결될지, 아니면 내년에도 계속될지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재정절벽을 피하라는 주변 국가의 주문이 속출하고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내년에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의회는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연내 대타협 성사 가능성이 조금 더 지지를 얻는 모양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날 미국이 재정 절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15%라고 진단했다.
즉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민주당과 감세유지를 고집하는 공화당의 견해차가 워낙 커 연내 타결이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대신증권 김승현 연구원은 "의회가 한달 가량의 시간 안에 합의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경기부양책 종료시점을 임시 연장한 후 내년으로 논의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불안감에 증시 '빨간불'…"확대해석은 경계"
현재 재정절벽 문제는 전 세계 주요 증시의 지수를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피치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재정절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시장이 더욱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재정절벽 이슈가 한국 증권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증권 임종필 연구원은 "미 재정절벽 이슈로 증시의 불확실성 확대가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회복 조짐을 훼손하면서까지 오바마 정부와 미 의회가 재정절벽 논의를 미루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또 "앞으로 국내 증시의 관심은 미국보다 중국 등 신흥시장의 경기상황으로 쏠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국제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오히려 미국 정치권의 사태 해결 의지를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지난해 미 정치권은 채무한도 증액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었지만 무디스와 S&P의 경고 이후 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아냈던 전례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그는 그러면서 "역발상 측면에서 현재 증가한 변동성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