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부터 생명보험협회에서 변액보험 상품 비교를 개선해 공시를 해 놓고 있습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원하는 ‘한국판 소비자 리포트’ 에서 변액보험 수익률이 지난 10년 동안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친다는 내용을 다뤄 논란이 벌어진 뒤 금융감독당국과 생명보험협회가 소비자들을 위해 한 눈에 비교해서 알아보기 쉽게 만들겠다고 협의해 내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개선된 비교공시 사이트를 봐도 도무지 일반 소비자들은 변액보험 상품을 비교해 볼 수가 없습니다. 우선 여기에서는 판매되고 있는 변액보험 상품 수익률이 아니라 펀드들의 수익률만 나열해 놓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입한 상품 또는 가입하고 싶은 변액보험 상품에 어떤 펀드가 편입돼 있는 지를 미리 알아야 추정이라도 할 수 있는 난해한 수준입니다. 그나마 그 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사업비를 보험사가 공개한 부분만 의미 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진짜 소비자들이 알고 싶은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금융소비자연맹을 통해 생명보험협회의 비교공시 사이트 자료를 재분류해서 변액보험 상품 99개의 최근 6개월 수익률, 1년 수익률을 산출해 봤습니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제외한 보험료 대비 수익률까지 추산했습니다. 마침 시중에 판매되는 연금저축 상품 가운데 수익은 커녕 원금을 까먹은 상품도 많았다는 소식이 있어서 변액보험 수익률에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상당부분을 주식 등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나눠주는 상품이고 보험사들이 이 상품을 팔 때 높은 수익률을 강조했기 때문에 800만명이 넘는 가입자들은 수익률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변액보험 상품별 수익률을 살펴보니 비교 대상인 99개 변액보험 상품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99개 상품 가운데 29개, 약1/3이 마이너스 수익률, 그러니까 원금을 까 먹는 중이었습니다. 6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품은 ACE 프론티어 어린이 변액유니버설 보험, PCA드림라이프 변액보험, 라이나 변액저축보험 등 외국계 생명보험사 상품들이 많았고, 신한무배당 BIGLIFE 변액연금보험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올해 물가상승률 예상치 2.7%를 밑돌았고 물가상승률 예상치를 웃도는 상품은 99개 가운데 17개에 불과했습니다.
더욱이 공시된 수익률에서 보험사가 가져가는 사업비를 뺀 보험료 대비 수익률을 분석했더니 모든 상품의 수익률이 공시된 것보다 평균 1~2% 정도 더 떨어졌습니다. 공시사이트에 공개한 사업비 내역을 반영한 것이 이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여기에서 최저보증이율과 펀드운영수수료를 또 빼야 하기 때문에 추가로 1~2% 정도는 더 낮아지게 됩니다.
물론 분석기간을 직전 1년으로 넓힐 경우 수익률이 나아지기는 합니다. 일부 상품의 경우 1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1년으로 분석기간을 늘려도 사업비와 펀드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10개 가운데 1개 꼴로는 여전히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쳤습니다. 수익률 비교 시점을 6개월 또는 1년으로 한 것은 공시된 상품 가운데 6개월 또는 1년 전에 출시된 것들도 있기 때문에 공정한 비교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험사들은 변액보험 상품이 장기 상품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7년 동안은 사업비를 많이 가져가는 측면이 있어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7년이 지난 시점부터는 사업비 부분이 적어지기 때문에 수익률이 개선된다는 겁니다. 또한 소득공제는 되지 않지만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가 적용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장기간 유지해 연금을 받을 때는 이익이 된다고 말합니다. 타당한 부분도 있습니다. 지금 운용성적표가 이런데 갑자기 운용을 잘하게 되는 비결이 있을 까 하는 의문이 들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금융감독원 집계로는 현재 변액보험 누적 계약 건수가 816만건입니다. 변액보험은 다른 보험 상품과 달리 1년에 몇 차례 가입자가 펀드 교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냥 알아서 잘 굴려주겠지 하고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확인해서 수익률이 기대 이하라면 펀드 교체를 보험사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권형 펀드에서 주식형 펀드로 갈아탈 경우 펀드수수료가 더 비싸진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또 변액보험 상품 가입을 앞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생명보험협회 비교공시 사이트에서 사업비 항목을 확인해 보길 권합니다. 가급적 사업비를 적게 가져가는 상품이 같은 조건에서는 그래도 성적표가 나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