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김정은, 김일성군사대학 챙기기…군부 달래기?

김정일 훈장 이어 연구원도 김정일군사연구원으로 개칭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은 북한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특별히 챙기고 나서 관심이 쏠린다.

이 대학은 6·25전쟁이 소강상태에 머물던 1952년 10월28일 `고급군사학교'란 이름으로 설립된 후 1956년 김일성군사종합대학으로 명칭을 바꿨다.

김 제1위원장은 설립 60주년에 맞춰 김일성군사대학에 여러 가지 선물을 안겨줬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지난 22일 이 대학에 김정일훈장을 수여한다는 내용의 `정령'(정부명령)을 발표했으며 같은 달 25일 대학에서 훈장 수여식이 성대히 열렸다.

설립 기념일 당일인 28일에는 이 대학 연구원을 `김정일군사연구원'으로 명명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대학의 교육과정은 본과와 연구원 과정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보통 대위에서 중좌(중령)까지의 현역장교가 입학하는 본과와 달리 연구원 과정은 상좌(한국의 중령과 대령 사이 계급) 이상의 육·해·공 고급장교들이 밟는다.

고위인사 출신 한 탈북자는 "김일성군사대학 연구원은 장성으로 진급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교육과정으로 북한 육·해·공 고위장성 대부분이 이 대학 연구원 출신"이라며 "김정은이 이 연구원에 김정일의 이름을 붙여준 것은 군부에 대한 신임을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김 제1위원장은 이 대학의 설립 기념연회를 열도록 특혜를 주기도 했다.

조선중앙방송은 29일 "김일성군사대학 창립 60돌 기념연회가 2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됐다"며 연회에는 (이 대학 출신들인)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김영춘·리용무 국방위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대학 설립 기념일에 연회를 마련해준 경우는 이례적이다.

김정각은 연회사에서 설립기념일을 맞는 이 대학에 베푼 김 제1위원장의 `배려'를 언급하고 "대학의 교직원 학생들은 최고사령관(김정은) 동지만을 굳게 믿고 따르며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는 전위투사가 되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김일성군사대학에 베푼 각종 `특혜'를 두고 김 제1위원장이 모교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이 대학 특설반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제1위원장이 김일성군사대학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 대학 출신인 리영호 전 총참모장 숙청 이후 위축된 군부의 사기를 높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도 있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김일성군사대학을 내세우는 것은 김일성대학 출신 간부들의 독식을 견제하고 두 대학 출신 간부들 간의 충성경쟁을 통해 자신의 통치기반을 강화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장성택, 김경희, 김기남 등 대부분의 노동당 고위 인사는 물론이고 군부의 최고실세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김일성대 출신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김일성군사대학 출신의 리영호가 숙청된 후로 김일성대 출신 고위간부들에게 상대적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모양새였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선군정치를 얘기하지만 리영호 숙청, 군인들의 잇따른 귀순과 현영철 총참모장의 대장 강등 등으로 최근 군부가 다소 위축된 양상이었다"며 "군부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김정은이 군사대학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군인정신'을 강조하며 군부를 다시 내세우는 모양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군인정신·군인기질·군인본때로 올해 총돌격전의 승리를 이룩하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인민군대는 당과 수령을 받드는 데서도 제일이고 투쟁기풍과 일본새(일하는 태도)에서도 제일"이라며 군을 치켜세웠다.

장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김일성군사대학과 함께 만경대혁명학원, 강반석혁명학원 등 엘리트 양성기관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권력기반이 될 새로운 인물들을 키워내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지금 북한은
기사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