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100억…공무원 사상 최대 횡령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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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8급 공무원의 횡령사건으로 여수시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지난 4년간 횡령한 금액이 확인된 것만 무려 76억 원이라는데 수사가 마무리되면 백억 원 규모가 될 것이라 합니다.

하급 공무원 횡령사건으론 사상 최대 액수가 될 전망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최재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전남 여수시청 회계과 경리팀의 한 자리가 비었습니다.

컴퓨터 모니터는 치워져 있고, 책상 위엔 서류만 쌓여 있습니다.

8급 기능직 공무원 48살 김 모 씨 자리입니다.

김 씨는 지난 8일 여수시 화양면의 한 도로에서 아내와 함께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양시영/여수 경찰서 : 수면제 종류의 약봉지가 차에 있었고, 두 사람이 혼미한 상태로 교통사고를 내 쓰러져 있는 상태로….]

지난 10월 8일 김 씨는 평소대로 자신이 다녔던 이곳 여수시청에 아침 일찍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접어들면서 감사원이 김 씨의 횡령혐의를 포착해 내부감사가 시작되자 이에 부담을 느낀 김씨 는 그날 저녁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겁니다.

이 날부터 지금까지 약 3주간 여수시청은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김 씨가 근무하던 경리팀은 물론 시청 전체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시청 동료직원 : (요즘 어떠세요?) 말이 안 나와요. 정리도 안되고…]

김 씨가 최근 3년간 횡령한 금액은 무려 76억 원.

예전에도 4년 동안 회계과에 근무한 적이 있어 검찰이 조사를 마치면 횡령액은 100억 원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횡령 수법은 너무나 대담했습니다.

퇴직하거나 전출 간 직원이 근무하는 것처럼 조작해 40억 원의 급여 예산을 챙겼습니다.

또, 직원들의 근로소득세를 축소 신고해 6억 원을 빼돌렸습니다.

여수시에서 발행한 상품권을 현금으로 환급해줄 때 액수를 부풀려 28억 원을 자기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감사원이 적발하기 전까지 지자체의 자체 감사는 눈뜬장님이었습니다.

[곽영오/여수시청 감사담당관 : 떨리고 가슴이 터질려고 합니다. 검찰 수사관들도 이 직원이 했던 수법을 보고 놀랐습니다.]

검찰은 남편이 빼돌린 돈으로 외제 차를 사고 사채놀이에 쓴 아내도 횡령 공범으로 구속했습니다.

김 씨가 횡령한 돈을 철저히 찾아내 환수하는 것, 또 지자체의 자체 감사 기능의 문제점을 밝히는 것 이 두 가지가 말문이 막히는 이번 사건의 남은 과제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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