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분단 시절 전 세계 강대국 정상들이 찾았던 귀빈(VIP) 식당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옛 서독 수도인 본에서 지난 63년간 영업을 해온 마터누스가 26일 문을 닫는다고 보도했다.
슈피겔은 "정상들이 슈니첼(독일식 돈가스)을 먹으면서 세계를 주물렀던 곳"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식당이 문들 닫게 되면 "잊혀져가는 전후 역사의 흔적을 비춰온 불빛이 꺼지게 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식당의 벽에는 헬무트 콜 등 독일 역대 최고 지도자들은 물론이고 미하엘 고르바초프, 보리스 옐친 등 옛 소련과 러시아의 지도자, 미국의 존 F.케네디, 지미 카터,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프랑스의 샤를르 드골 등 세계사에 이름을 남긴 수많은 정상의 사진이 걸려 있다.
전 외무장관인 한스-디트리히 겐셔(85)는 "일종의 정치인 살롱 같은 곳이었다"면서 "독일 국빈들에게 공식 연회가 끝나면 이곳에서 안내해 좀 더 개인적인 대접을 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외국 정상들 가운데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이 이 곳에 남긴 일화는 유명하다.
레스토랑 주인인 에르빈 드레셔-마터누스는 "기자가 들어오자 보드카를 마시던 옐친이 식탁 밑으로 몸을 숨겼다"면서 "러시아에서 보드카 금주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터누스가 최고 정치인들의 살롱으로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던 것은 라인 지역의 색다른 음식과 인상적인 지방 와인 외에도 지난 2001년 작고한 이 식당의 안주인 리아 마터누스의 매력 덕분이었다.
라인 지역 출신인 리아는 작은 몸집에 쾌활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쳤다.
손님들의 뺨에 스스럼없이 입을 맞추고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등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손님들을 다정다감하게 대했다.
겐셔는 "리아의 장례식은 국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독일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정부기관으로부터 온 조화와 정부 관계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면서 "수도 본이 리아의 시대에 작별을 고하는 의식이었다"라고 회고했다.
마터누스의 쇠락은 독일 통일 이후 정부 기관이 베를린으로 대거 옮겨가면서 본의 위상 하락과 운명을 같이했다.
마터누스는 폐업하지만 식당은 기념물로 보존된다.
26일 폐업식에는 300명의 인사들이 초청됐으며, 이들은 리아를 추모하면서 라인 지역의 전통 의상을 입고 파티를 즐길 예정이다.
(베를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