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밋 롬니 대통령 후보의 대선 운동 방식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돼 주목된다.
지난 3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 때만 해도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오바마 대통령을 거칠게 몰아세웠지만 22일(현지시간) 3차토론회를 전후해선 공격성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3차토론후 "오바마는 마치 공화당의 강경론자처럼 비쳐진 반면, 도전자인 롬니가 오히려 신중하고 방어적이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최근 들어 전쟁보다는 평화를 언급하고, 여성문제에 부쩍 관심을 표시하면서 감성적 접근을 하는 등 딱딱한 보수 강경 이미지를 털어버리기 위해 무던 애를 쓰고 있다.
롬니는 대선 초반에만 해도 오바마를 '유약한 대통령'으로 공격하면서, 자신은 추락한 미국의 권위를 곧추세울 '강력한 대통령'으로 이미지화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국방안보 정책을 놓고 논쟁하는 과정에서는 이란과 북한 핵문제, 시리아 유혈사태,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테러공격 등과 관련해 오바마의 '유약한 외교'를 질타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롬니가 집권하면 또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잖아도 칼 로브 등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강경파 참모들이 슈퍼팩 참여를 통해 롬니를 적극 지원, 불안감이 없지 않은 터에 롬니의 강경발언은 자칫 전쟁 불안 심리를 또다시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롬니가 3차 토론회때 "이란과 시리아 등과 절대로 전쟁을 벌이지 않겠다"고 몇 번씩 다짐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함께 롬니가 최근 여성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친민주당 성향을 보여왔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여전히 친오바마 성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아닌게아니라 롬니는 대선 초반부터 여성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최루탄 발언'을 자주 했으며, 그런 배려는 최근 여론 지지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8월말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전당대회 때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위해 매일 장미 한 송이를 침대 테이블에 놓곤 했는데 어느 날 그 꽃이 없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죽음을 알았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끝내 여성 청중이 눈물을 훔치게 했다.
최대 논쟁거리 중 하나인 낙태 문제에 대해서도 "여성의 선택권을 보호하겠다"며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 여성의 호감도를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무튼 롬니의 이런 '로키(low key)' 자세는 1차 토론회 때 워낙 점수를 많이 벌어놔 이제 추가 득점을 노리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캠프내 정밀한 토론과정을 거쳐 치밀한 계획 아래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AP 통신은 23일 "롬니 후보가 3차 토론에서 캠프 보좌진들의 전략적 조언에 따라 토론회에 임했고, 보좌진들은 롬니에게 평화를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롬니는 토론 마무리 발언으로 '나는 평화가 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롬니 캠프의 라이언 윌리엄스 대변인은 "대선을 2주 앞두고 대다수 유권자는 점점 더 필사적인 공격자세로 나서는 오바마보다는 '긍정적 어젠다(positive agenda)'에 주력하는 롬니를 선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 정가 일각에선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등 보수주의자들이 "1차 토론서 높은 득점을 올린만큼 이젠 공격보다 방어에 치중할 때"라는 '훈수'를 감안한 결과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머독은 지난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롬니에게 2,3차 토론에선 개인적 공격 가하기를 자제하고, 오바마의 '아킬레스건'인 일자리 창출 구상을 설명하는 데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롬니는 즉각 화답했다.
이번 3차 토론에선 물론이고 그간 기회 있을 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첫해 중동 순방길에 나서면서 이란과 같은 국가가 미국을 얕잡아보도록 '사과 순방(apology tour)'을 했다.
그러나 난 '일자리 순방(jobs tour)'으로 임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롬니의 이런 전략적 변화는 무엇보다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부동층 무당파와 지난 10년 이상 진행돼온 전쟁에 진저리를 치는 여성층을 겨냥한 것이라고 AP는 덧붙였다.
NYT는 만일 올해 대선이 여성 유권자만으로 치러진다면 오바마가 9%포인트 차이로 승리하고, 남성 유권자들만 참여한다면 롬니가 역시 9%포인트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21일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