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의 협력이 전방위로 확대·심화하면서 단순히 남북관계뿐 아니라 앞으로 남북통합과 통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남한보다는 중국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고위관료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비료와 쌀을 지원하고 경제협력을 통해 생활터전을 제공해온 남한은 북한 주민들의 타도대상이 되고 말았다"며 "그 자리를 중국이 채우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 탈북자는 "북한 주민들은 현재 남한의 태도를 보며 자신들이 굶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존재로 평가할 것"이라며 "혹시 북한에 이집트나 리비아 같은 사태가 생겨도 남한보다는 중국에 자신들의 운명을 맡기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이 북중 협력이 강화되면서 시간이 지나고 정치적 상황이 변해도 꽉 막힌 남북관계를 예전의 상황으로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하자원 개발, 임가공, 관광사업 등 북중 경협 사업군이 대부분 남북경협 때와 유사하기 때문에 북중 경협이 자리를 잡으면 한국 기업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며 "특히 중국이 북한의 사회간접자본에 대규모로 투자하면 이는 앞으로 남북경협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2000년 정상회담 직후 북한과 경제협력사업을 하는 북한 설득비용으로 100원이 들어갔다면 앞으로는 몇 배 많은 비용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공백기 동안 위안화의 통용, 중국 상품의 북한 시장 유통 등 북한의 중국화가 생각보다 심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북중 협력이 단순히 경제분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G2(주요 2개국)로까지 부상한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고립된 북한의 손을 잡아주고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세력 갈등이 고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해는 한·중·일·러·미 모두의 이해관계가 얽힌 곳"이라며 "최근 중국이 석탄 운송을 빌미로 나진항, 청진항을 통한 동해 진출에 나서는 것은 궁극적으로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로서는 남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남북경협 복원을 비롯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한중관계 개선과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조봉현 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지배가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려면 남북경협 복원이 시급하다"며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경협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성을 시작으로 해주→남포→평양 등으로 뻗어가고 금강산을 시작으로 원산→나진→러시아에 진출하는 등 경협지역 확대를 목표로 장기적 안목에서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남북경색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들이 대북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그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2의 개성공단을 만들어 동남아에 갔던 중소기업들이 유턴해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북경협의 복원을 위해서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당국간 대화를 조속히 열고 5·24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통해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협력적인 방향에서 해결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북중관계 강화가 앞으로 재개될 남북경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양운철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학습한 경험은 앞으로 남북한 사이의 지하자원 공동 개발 등에 있어서 거래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는 북중 경협의 활성화가 북한에 시장경제를 확산시켜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효과를 낳고, 북한의 점진적 개방은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추동하고, 이는 정상적인 남북관계 발전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중국을 경쟁상대로 볼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발전과 개방을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6자회담 틀 안에서든 밖에서든 남한과 북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차기 정부는 대북정책의 수립과 실행에서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하며, 중국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대북 투자를 추진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