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대입원서접수 시스템, 진짜 대기업 특혜주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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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해 몹시 신경쓰는 모습입니다. 심지어 정부에서 쓰는 물품 공급을 대기업에게 맡기지 못하도록 강제했다가 그 자리를 외국 기업들에 내주는 어이없는 일까지 일어날 지경입니다. 어떻든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큰 취지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합니다. 그런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이런 기조에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멀쩡하게 중소업체가 하던 사업을 빼앗아 대기업에게 넘기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이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대입 원서 접수 방법에 대해 알아봐야겠습니다.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 관련 서류를 모두 준비한 뒤 대학에 직접 찾아가 개설된 창구에서 접수하는 것입니다. 제가 20여년전 대학 입시 당시 썼던 고전적인 방법입니다. 또 다른 것은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하는 것입니다. 대학에서 의뢰한 업체의 사이트에 접속해 해당 양식을 컴퓨터로 기입하고 필요 서류를 파일로 첨부하면 됩니다. 직접 대학까지 갈 필요가 없고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당연히 요즘 대부분의 수험생은 이 방법을 이용합니다.

이런 대입 원서접수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진학사와 중앙유웨이라는 중소 규모의 사업체입니다. 10년 이상 두 회사가 양분해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갑자기 이 시스템을 직접 구축해 서비스를 운영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수험생의 개인 정보를 사설업체, 게다가 진학 컨설팅을 하는 업체에 맡기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두 업체가 수험생들이 대입 원서 접수를 위해 맡긴 개인 정보를 자신들의 컨설팅 사업에 이용할 수도 있다는 걱정입니다. 그리고 1차 년도 사업비로 192억원의 예산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당시 이 예산을 반려했습니다. 사업 타당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만큼 충분한 연구를 하라는 뜻에서였습니다. 그러자 교과부는 올해 특별교부금, 그러니까 맘대로 쓸 수 있는 예산 4억원을 들여 이 사업의 연구용역을 삼성SDS라는 대기업에 맡겼습니다. 쉽게 말해 부모가 시스템 구축할 돈을 주지 않자 내 용돈을 우선 들여 필요한 기초 작업을 시작한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년에는 '용돈'을 무려 84억원이나 들여 이 시스템 구축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삼성SDS는 조만간 연구 용역을 끝낸 뒤 앞으로 실제 시스템 구축 사업의 입찰에도 응찰할 예정입니다. 교과부는 시스템 구축 사업과 관련해 공개 경쟁입찰을 하겠다고 말하지만 과연 결과적으로 누가 사업을 맡게 될까요? 저는 결국 삼성SDS가 가져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사업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떤 식으로 추진하면 좋을지, 또 어떤 모습으로 구축하면 될지 안을 내놓은 대기업이 실제 그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나서는 셈인데 맡지 못하면 이상한 것 아닌가요? 교과부 담당자와 저녁 술내기를 해도 좋습니다.

문제는 이 사업이 예산 담당부처의 반대를 무릅쓰고 편법적으로 보이는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추진해야할 만한 중요하고 급한 일이냐는 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설사 시스템 구축을 위해 10년 동안 엄청난 돈을 투자한 중소업체의 밥그릇을 빼앗고 수많은 해당 중소기업 종사자의 밥줄을 끊는 일이라도 추진해야죠. 하지만 저는 아무리 봐도 그렇다고 판단되지 않습니다. 이 일에 무려 500억원의 예산을 들여야하는지 의문이 해소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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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교과부가 내놓은 사업 추진의 이유를 따져보죠. 수험생의 개인정보를 회사의 개별적인 영리를 위해 전용하면 물론 안됩니다. 진학사와 중앙유웨이는 컨설팅과 대입 원서 접수에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과 데이터베이스가 완전히 분리돼 있는 만큼 그런 사태는 있을 수 없다고 강변합니다만, 일말의 의심도 있으면 안되죠. 그래서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이미 지난해 두 회사를 불러서 컨설팅을 하는 사업 부문과 대입 원서 접수 시스템을 운영하는 부문을 쪼개 회사를 분리하라고 요구했고 그대로 됐습니다. 이로 인해 두 사업부문은 쓰는 전산망도 인력도 완전히 나눠졌고 만약 몰래 정보를 공유했다가는 딱 걸리는 불법행위로 처벌받게 됐습니다.

아울러 1년에 한번씩 대교협에서 지정하는 업체에 의뢰해 정보의 전용이 이뤄지지 않는지 감사를 받게 했습니다. 감시하기도 어렵지 않습니다. 수험생들이 대입 원서 접수를 위해 제공한 정보를 사후에 남김 없이 깨끗이 파기했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 간단한 감시로 문제가 생길만한 원천을 비교적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비용은 물론 해당 업체들이 스스로 물기 때문에 나라 예산을 쓸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를 모두 했음에도 교과부가 다시 500억원 넘는 예산을 들여 멀쩡히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을 다 폐기하고 새로 구축해야겠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두 업체가 대입 원서 접수와 관련해 시스템 부실로 인한 문제를 일으켰을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지난 10년 동안 단 한번도 그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만약 교과부의 예산이 충분해서 이런 불요불급한 일에도 돈을 쓸 수 있다면 또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알다시피 교과부는 항상 예산이 부족합니다. 우리 초중고 교실의 학생수는 여전히 OECD 평균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 때문에 교사들은 늘 격무에 시달리고 토론 수업 등 이상적인 교육은 먼 훗날의 일이 됐습니다. 대학생들은 살인적인 등록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예산이 없어서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은요. 역시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는 전면 실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500억원이 작은 돈인가요?

이 문제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나오고 한 일간지가 기사까지 쓰자 교과부가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사업에 대해 국가차원 필요성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과 학부모의 94%, 대학의 60%가 찬성했다는 내용이 눈에 띄더군요. 만약 선생님 한명당 학생수를 줄이는데 대한 타당성을 물었다면 어떠했을까요? 아니면 각 학교마다 보안 장비와 인력을 더 두는 문제를 제안했다면, 교사를 더 고용하는 문제를 물었다면, 장학금을 확대하는 사업의 타당성을 물었다면 학생, 학부모, 학교 모두 100% 찬성하지 않았을까요?

백번 양보해 이 시스템의 구축사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불급합니다. 더 중요하고 급한 교육 관련 사업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업 추진을 강행하고 결과적으로 특정 대기업에 사업이 넘어간다면 교과부가 중소기업을 내치고 대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덧붙임)이 글이 게재된 이후 삼성SDS측에서 문제의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좀더 지켜봐야할 일이지만 반론을 제시한 만큼 글에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삼성SDS에서 맡든, 또다른 업체가 맡든 불요불급한 일에 귀한 예산을 쓴다는 핵심 논지가 변하는 것은 아닌 만큼 글은 그대로 게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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