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청와대를 옮기면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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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안철수 후보 캠프가 정치·경제 부문의 정책 혁신 비전을 발표했다. 안 후보의 정책네트워크인 '내일' 소속의 정치혁신, 혁신경제 두 포럼이 각각 마련한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방안 중 하나는 청와대 이전이었다.

정치혁신 포럼 대표를 맡은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청와대를 소통과 경청, 개방과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며 "멀게만 느껴지는 청와대를 보다 국민에게 가까운 곳으로 옮기겠다"라고 말했다. 또 새로운 청와대 장소는 국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통 부재'가 정치적 화두로 떠오른 시대인 만큼 적확한 문제제기다. 하지만 청와대 이전에 따른 직·간접 비용과 그에 따른 효과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단순한 정치적 보여주기에 그친다면 안 후보가 내세운 '새 정치'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국민 불편만 가중시킬 수 있다.

◈ 대통령 시내 방문은 어떻게?

지난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청와대 풀(Pool) 기자로 참가했다. 대통령 출발에 앞서 먼저 기자단을 태운 버스가 청와대를 떠났다.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위해 경찰 오토바이가 인솔을 맡았다.

행사가 열리는 코엑스 주변은 청와대 경호팀과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다. 당장 교통 통제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돌발 사태 발생시 언제든지 대통령 경호를 위해 주변을 통제하고 작전을 펼 수 있도록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난 듯 보였다.

대통령이 행사에 참가하는 동안 주변의 휴대전화들은 전파가 차단됐다. 국가 원수에 대한 테러 방지를 위해 대통령의 위치와 이동 경로는 보안사항이다. 휴대전화 차단도 이런 차원에서 위치 노출을 막기 위한 조치 중 하나였다(또 영화 '허트 로커'에서도 나오듯 휴대전화를 이용한 원격 폭탄 테러를 막기 위한 대비책이기도 하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대통령 이동 경로에 배치된 경찰들이 일제히 신호를 터줬다. 코엑스에서 청와대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경호상의 이유와 함께 빡빡한 대통령의 일정을 맞추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경호 지침상 저격을 막기 위해서는 시속 몇 km 이상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가 원수에 대한 경호는 어느 나라에서나 중요사항이다. 물론 어디까지가 적정선이냐를 놓고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다만 만의 하나 대통령 유고에 따른 국가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경호에 따른 불편을 무조건 앞세울 수만은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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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를 옮기자!… 무엇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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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통을 위해 청와대를 국민과 가까운 곳으로 옮기겠다는 발상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 지금의 청와대 시스템이 최상인 것도 아니다. 현재 청와대 경호 체계에도 다분히 권위주의적 요소가 남아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청와대를 이중 삼중 경호하고 있는 군과 경찰, 경호처를 어디에 둘지 생각해봐야 한다. 시내 한복판으로 옮길 경우 막대한 부지 비용이 들 수 있다. 너무 간소하게 꾸린다면 대통령 경호 문제 뿐 아니라 사무실 보안도 문제가 된다.

경호나 보안을 이야기하면 자칫 '누가 청와대 들어가 도둑질 하냐', '경호, 보안 운운하는 건 권위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정권의 운영을 맡은 청와대가 외국의 정보기관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또 하나, 경호로 인해 발생할 시민 불편도 따져봐야 한다. 아무리 경호를 최소화한다 해도 도심 복판에서 대통령이 수시로 모습을 드러낸다면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통령 휴양지인 청남대를 국민에게 개방한 뒤 대통령이 일반 휴양지를 대신 이용하면서 이런 저런 불편이 뒤따랐다고 한다.

◈ 소통은 '공간'이 아닌 '의지'의 문제

사실 지금의 청와대도 따지고 보면 시내 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청와대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서 삼청동 식당가까지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하다. 지리적으로 시민들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운영이 그렇게 돼 온 것이다. 필요하다면 현 시스템에서도 얼마든지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넘쳐나는 언론 매체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SNS와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여론과 마주할 수 있다는 시대에 굳이 청와대 위치가 문제되는지도 의문이다. 열린 공간에서 국민과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고 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 듣고자 노력, 즉 소통에 대한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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