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꽃다운 나이의 딸이 숨진 지 2년5개월이 지났다.
딸은 남자친구와 함께 모텔에 있다 하루아침에 뇌사상태로 발견됐다.
남자 친구라며 자신을 소개한 남성은 슬픈 표정으로 병실을 지키다 이내 유족과 연락을 끊었다.
딸은 치료를 받던 중 16일 만에 숨졌다.
딸 명의로 생명보험이 가입됐고 2억원의 보험금이 남자친구 앞으로 지급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딸의 시신을 화장한 뒤였다.
남자친구는 보험금을 노린 살해 사건의 범인으로 법정에 섰고 11일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이른바 '낙지 질식사' 사건의 피해자 아버지 A(49)씨는 선고를 하루 앞둔 10일 "당한 만큼 돌려줄 수만 있다면 지금 나에게는 법이 없는 편이 낫다"고 비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A씨는 딸이 세상을 등진 뒤로 가정에 웃음이 사라졌다고 했다.
누구보다 애교 많고 생활력 강한 딸이었다.
그녀는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 인천으로 왔다.
간호사 되기를 꿈꾸며 낮에는 간호학원에 다니고 저녁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했다.
인천에서는 외할머니, 여동생과 함께 지냈다.
사건 발생 이후 유족들은 암 투병 중인 외할머니에게 손녀의 사망 사실을 알릴 수 없었다.
장례를 치르고 한달 뒤에 말을 꺼냈지만 외할머니는 충격 탓인지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두 달 사이에 두 번의 장례를 치른 가족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추석에도 울산 큰집에 온 가족이 모였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버지 A씨는 "예전의 단란한 분위기를 되찾으려면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는 이 사건의 피고인 B(31)씨가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가정을 이른바 '콩가루 집안'인 것처럼 진술한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다고 했다.
보험금 수령인이 변경된 원인에 관해 B씨는 "여자친구가 급성맹장염에 걸려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도 부모는 알아서 하라며 전화를 끊는 등 집에서 거의 버려진 상태였다"며 "여자친구가 원해서 내가 수령인이 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피해자와 그 부모의 친밀한 관계 입증을 위해 사건 발생 3개월 전부터 부녀와 모녀가 각각 통화한 내역, 피해자가 집에서 용돈을 송금받은 내역까지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아버지 A씨는 공판이 열릴 때마다 꼬박꼬박 울산에서 법원이 있는 인천을 찾았다고 했다.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보기 위해서다.
그는 B씨에 대한 살인 혐의의 유죄 입증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 구형보다 훨씬 적은 형량이 선고된 판결을 보면 겁이 덜컥 난다.
주변에서는 아무리 이 사건은 상황이 다르다고 말해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선고를 하루 앞둔 이날도 A씨는 딸의 위패를 모신 울산의 한 절을 찾았다.
A씨는 위패 앞에서 "판사님의 눈과 귀가 활짝 트여 똑바로 보고 잘 들어 제 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했다.
(인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