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소설 '소돔의 120일' 배포 중지·수거 결정

출판사 "재심 청구계획…안 되면 소송하겠다" 반발


오프라인 대표 이미지 - SBS 뉴스

프랑스 작가 마르키 드 사드(1740-1814)의 소설 '소돔의 120일'에 대해 과도하게 음란하다는 이유로 배포중지와 즉시수거 결정이 내려졌다.

18일 출판사 동서문화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번역 출간된 '소돔의 120일'에 대해 배포를 중지하고 즉시 수거하거나 폐기해야 한다는 문화부의 결정이 나왔다.

이 결정은 이달초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유해간행물 판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유해간행물 판정은 국가의 안전이나 공공질서를 뚜렷이 해치거나 음란한 내용의 노골적 묘사로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해친 것으로 판단될 때 내려진다.

비닐 포장해 성인에게만 판매하도록 한 '청소년유해간행물' 판정과는 다른 최고 수준의 제재다.

4년 전 공포소설 '잘린 머리의 속삭임'이 반인륜적이라는 이유로 같은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만화나 전자출판물, 해외원서가 아닌 일반도서에 유해간행물 판정이 내려지기는 극히 이례적이다.

장택환 간행물윤리위원회 사무국장은 "내용이 과하다는 민원이 제기돼 심의에 상정됐고 근친상간과 가학ㆍ피학적 성행위 등 표현수위가 지나치고 반인륜적 내용이 상당히 전개됐다는 판단에 따라 유해간행물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출판사는 재심을 청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용 동서문화사 편집부장은 "사드가 외설을 쓰려고 쓴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복잡다단한 사상을 묘사한 것이고 어느 나라에서도 사드의 책에 대해 이런 문제가 생긴 경우는 없다"며 "포르노 소설도 그냥 나오는 마당에 유해간행물 판정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했다.

이 부장은 "조만간 재심을 청구하고 만일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면 정식으로 재판을 청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미완성작인 '소돔의 120일'은 작가 생전에 유실됐다가 1904년 발굴됐다.

루이 14세 치하에서 권력자들이 젊은 남녀 노예를 이끌고 120일간 향락을 벌인다는 내용으로 1부만 완성됐고 2-4부는 줄거리 요약이다.

(서울=연합뉴스)

댓글
댓글 표시하기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SBS NEWS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