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에 마대자루를 덮어쓴 사람을 보고 섬뜩한 기분이 들어 신고했다"
울산에서 자매를 무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홍일(27) 씨를 최초로 발견한 배 모(75) 씨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소 부산 기장군 함박산에 약초를 채취하러 다니는 배 씨가 이날 오전 6부 능선 부근 송전탑 공사 현장으로 연결되는 임도 부근을 지날 때였다.
배 씨는 주변에 영지버섯이 많다는 점을 알고 임도를 벗어나 정상 방향으로 14~15m 정도 올라갔을 때 잣나무 등이 우거진 숲 속에서 웬 마대자루 몇 개가 눈에 띄었다.
배 씨는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으나 가까이 가서 보니 바닥에 깔린 마대자루 위로 또다른 마대자루 2개 속에 웅크린 사람 형상이 보였다.
주변 나뭇가지에는 마대자루가 돌돌 말려져 끼어 있었고 흩어진 작은 마대자루 속에는 빈 캔커피, 플라스틱 생수병, 빵봉지 등이 쌓여 있었다.
배 씨는 "기분이 이상했다. 누군가 사람을 죽여서 마대자루 안에 넣어놨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섬뜩한 느낌에 배 씨가 마대자루를 발로 툭 찼더니 마대자루가 움찔 움직였다.
놀란 배 씨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노숙자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에 배 씨는 마대자루를 벗기려고 했지만 안에서 잡아당기는지 잘 벗겨지지 않았다.
왠지 봉변을 당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배씨는 곧장 산길을 내려와 낮 12시7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곧바로 정관파출소에서 경찰관 2명이 출동해 배씨와 함께 문제의 노숙자가 발견된 산중턱까지 올라갔으나 현장에는 마대자루만 남겨진 채 사람은 사라진 뒤였다.
배 씨는 "노숙자라면 산 밑으로 내려왔을텐데 산 위로 올라간 발자국이 보이더라"며 "함께 간 경찰이 인력증원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한 음료수 페트병과 캔커피, 과자봉지 70여점에서 김 씨의 지문을 확인한 뒤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펼쳐 신고접수 5시간여 만인 오후 5시30분께 하산하는 김 씨를 체포했다.
김 씨 체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배 씨는 "매일 산에 약초를 캐러 다니는데 울산자매 살인사건 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 불안했다"며 "이제 범인이 잡혔으니 마음껏 약초 캐러 다닐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