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는 시대적인 과제인가, 포퓰리즘인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이슈가 된 경제민주화를 놓고 시민사회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력 집중과 부의 양극화 등을 감안할 때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하느냐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형성돼 있다.
또한 여야가 앞다퉈 경제민주화 방안을 내놓는 것이 선거를 염두에 두고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의 산물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 '시대정신인가, 포퓰리즘인가' 논란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시대정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이렇게 이슈가 되는 것이 대선 때문이라고 말을 하는데, 그만큼 제대로 안 되고 있어서 이슈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이동주 실장은 "포퓰리즘 논란이 나오는 것은 제도를 추진하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아직도 경제민주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이 시장을 석권하고 독과점 체제를 만들면 가격 담합이 쉬워지고 결국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경제팀장은 "중소상인과 비정규직들에서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같은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은 그만큼 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두고 포퓰리즘 운운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정치논리로 경제를 재단해 '재벌 때리기'로 대중들의 인기에 부합하는 것은 포퓰리즘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조동근 공동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논의되는 경제민주화는 정치논리로 경제를 압박하는 것으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경제민주화 근거로 헌법 119조를 들고 있지만 이마저도 진정한 의미는 무시하고 필요한 부분만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기업원 원장을 지낸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개념은 정치가 시장의 결과에 개입하는 것"이라면서 "대중은 정부가 재벌을 괴롭히는 데 희열을 느끼지만 이익이 서민들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학교수 114명은 28일 성명에서 정치권에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의 입법 포퓰리즘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정치권이 연이어 내놓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은 사회 양극화의 모든 책임을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위로 몰아붙이면서 기업을 모든 문제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 개념 해석 달라도 방점은 '재벌개혁'에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두고도 경제력 집중 방지, 복지의 문제로 보거나 좁게는 재벌 대기업에 대한 통제로 보는 시각들이 혼재한다.
서울대 박상인 교수는 "헌법 119조 2항은 시장경제체제 틀 안에서 경제력 집중을 방지한다거나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측면, 즉 복지의 문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경제민주화는 재벌 대기업의 전횡을 막는 것이 본질"이라며 "대기업의 독점과 탐욕, 불법행위를 규제하고 특혜를 없애 국민 경제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이동주 실장은 "경제 활동의 최일선에 있는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라면서 "중소 상인들이 무너지면 소비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경제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재벌개혁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고계현 사무총장은 "우리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부(富)가 소수에게 편중돼 있다는 것인데 그 원인이 재벌에 있다"면서 "재벌을 개혁하면 부의 집중을 완화하는 동시에 동반 성장, 양극화 문제도 풀린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안 팀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봤듯 대기업 위주로만 경제가 돌아가다 보니 대기업에 위기가 생기면 국가 경제 전체가 휘청거린다"면서 "대기업으로 과도하게 집중되는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정호 교수는 "상위 1% 부자들은 이미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며 "부족한 것은 오히려 중산층 세금"이라며 공평과세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