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은 역대 우리나라를 찾아온 태풍 가운데 다섯 번째로 강한 바람 세기를 기록했지만 우려했던 최악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002년 태풍 '루사(RUSA)'는 볼라벤과 비슷한 초속 56.7m의 순간 최대풍속을 기록하고 246명의 사망ㆍ실종자와 8만8천여명의 이재민을 냈다.
루사로 인한 5조1천479억원의 재산피해는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자연재해 사례로 꼽힌다.
반면 28일 오후 8시 현재 볼라벤으로 인한 사망ㆍ실종자는 24명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이날 오전 제주도에서 중국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로 발생했다.
당초 수도권 지역은 처음 겪어보는 큰 태풍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됐지만 부상과 정전을 제외하면 큰 피해는 없었다.
이렇게 피해가 크지 않은 이유는 우선 볼라벤이 루사처럼 우리나라에 상륙해 관통하지 않고 바다 위에서만 움직인데다 이동 속도도 빨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주와 지리산 산간, 서ㆍ남해안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마른 태풍'이었던 점도 태풍 피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침수 피해를 막았다.
루사의 경우 고흥반도에 상륙해 속초를 통해 바다로 빠져나갈 때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북쪽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태풍과 부딪쳐 전국에 막강한 빗줄기를 퍼부었다.
당시 강릉에 하루 870.5㎜, 고흥에 404.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루사는 바람도 강했지만 침수 피해를 더 많이 낸 태풍으로 기록돼 있다.
반면 볼라벤은 이날 오전 6시 목포 남서쪽 해상을 출발해 오후 4시 북한에 상륙하기까지 불과 10시간 만에 서해를 종단했다.
중부지방에는 비도 거의 내리지 않아 피해를 크게 줄였다.
태풍이 해상에서만 움직이다보니 마찰력이 적어 이동속도가 빨랐고 지형을 제외하고는 상층 한기 등 비구름을 대량으로 응결시킬 만한 요인이 부족했다. 게다가 바람이 워낙 빠르고 강해 비구름대가 북쪽으로 밀려올라간 이유도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태풍이 상륙하지 않은 덕택에 기록적인 강풍이 해안에만 집중된 것도 피해가 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다.
서ㆍ남해안 상당수 지역은 역대 최대풍속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서울의 경우 이날 오후 9시 현재까지 초속 18.8m가 가장 강한 바람이었다.
'역대 5위'라는 수식이 무색하게 2010년 태풍 '곤파스(KOMPASU)' 때 초속 21.6m보다도 바람이 약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