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부터 23일 사이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 내부 공사를 하고 있는 서울시 신청사가 27일 베일을 벗고 '속살'을 드러냈다.
2008년 3월 착공된 신청사는 1만2천709㎡ 부지에 전체면적 9만788㎡, 지하 5층~지상 13층 규모로 건립됐다. 외관은 한옥의 '처마' 형상에 곡선미를 가미한 디자인이다.
시는 이 신청사가 '친환경ㆍ신재생 에너지 활용형 건물'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과 유리로만 이뤄진 외벽, 공간 배치 등에 대한 시민과 직원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 "친환경ㆍ신재생 에너지 활용 건물" =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1층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1∼7층 높이의 실내 벽면에 스킨답서스 등 14종 6만5천주의 식물을 걸쳐놓은 '수직정원(Green Wall)'이 눈에 들어온다.
시에 따르면 이 '수직정원'은 신청사의 공기정화기 역할을 한다. 즉, 신축건물이라 생길 수밖에 없는 폼알데하이드, 이산화탄소 등 실내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먼지를 감소시키는 한편 공기정화와 온ㆍ습도 조절까지 가능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서울광장을 바라보는 신청사의 전면 남측 유리벽 내부에 또 하나의 벽을 설치하는 이중외피 시스템을 적용해 외부 공기가 바로 내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 점도 시의 자랑거리다.
시 관계자는 "식물로 공간을 꾸며 실내 온도 조절에도 효과를 줄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을 활용해 에어컨 없이도 실내 온도를 26도로 유지할 수 있다"며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친환경ㆍ지능형 건축물"이라고 설명했다.
◇ 난해한 디자인에 유리벽 열효율 논란 = 하지만 신청사의 디자인과 유리로만 이뤄진 외벽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외벽이 모두 유리로 된 번쩍이는 최신식 신청사 외관이 일본 강점기에 지어져 바로 앞에 서 있는 구청사 건물이나 덕수궁 등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 신청사 건물을 보며 서울광장을 지나던 직장인 오혜진(26ㆍ여)씨는 "신청사가 마치 서울광장을 집어삼키는 파도 같다"며 "주변 경관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아서 UFO라도 내려앉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시민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청사를 놓고 '유리로 만든 거대한 비닐하우스', '쓰나미', '건물 옆면에 메뚜기 눈알을 달았다'는 혹평마저 나온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일본강점기에 지어진 구청사와 최근 완공된 신청사가 잘 어울린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일본의 '본(本)'자를 본떠 설계했다는 구청사 건물의 분위기를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민은 지난 2010년 용산구청과 성남시청 등 유리로 지은 청사를 떠올리며 예산낭비와 열효율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교사 조은선(26ㆍ여)씨는 "상식적으로 유리로 지은 건물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운데다 열을 반사해 주변 건물 온도를 높이기 마련인데 시청을 왜 유리로 지었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겉모습과 디자인에만 치중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도시기반시설본부 이정휴 공공사업부장은 "곡선의 미를 살리려면 유리가 적합한 소재였다"며 "유리 외벽에 특수 코팅을 했기 때문에 열 반사가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청사 외벽 파괴ㆍ공간 재배치도 논란 = 신청사 바로 앞에 있는 구청사는 일제 강점기 경성부 건물로 지어졌다. 구청사는 10만권의 장서를 갖춘 서울도서관으로 새단장해 10월 중순을 전후로 개방된다.
신청사 건립기획 당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제시대 잔재인 구청사 건물을 허물어 버려야 한다'는 의견과 '문화재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한 가운데 구청사는 현재 뒤쪽 벽이 뚫린 채 구름다리를 통해 신청사 건물 2층과 연결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구청사의 뒤쪽 외벽을 허물어 버린 것에 대해) 민감한 사안이라 쉽게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문화재이기 때문에 원칙없이 허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주영(25ㆍ여)씨는 "일제시대 건물이긴 하지만 현재 몇 안 되게 남아 있는 근ㆍ현대사 건물인데 국민 여론을 수렴하지 않고 쉽게 허물어 버린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신청사가 서울시내 도처에 분산된 시청 사무공간과 직원들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도 논란거리다.
신청사에 입주하는 부서와 직원은 11개 실ㆍ본부ㆍ국 소속 59개 부서와 직원 2천205명이 전부다.
이는 시 공무원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 공무원 약 1만2천명은 서소문청사와 을지로 청사 등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 전체 9만여㎡ 가운데 대부분 시민공간으로 활용하다 보니 업무용 공간이 2만7천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흩어진 업무공간과 직원을 한 데 모아 업무 효율성을 높이자며 시작됐던 신청사 건립 명분은 빈약해질 대로 빈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 건물에 창문을 적게 만들다보니 여름철 냉방 가동이 중단되는 퇴근시간 이후에는 직원들이 더위와 씨름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내부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6번이나 디자인 변경을 하고 지금의 디자인이 확정된 뒤에는 2번의 설계 변경을 하면서 당초보다 700억원 정도 많은 2천989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은 향후 '초호화 청사'나 '예산 낭비'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될 소지도 있다.
신청사를 둘러싸고 '실용면에서, 조형면에서 모두 실패했다'는 시선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최첨단 건물로 시민과 함께하는 시민의 문화청사'라는 입장이 당분간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