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기 후반기 지방 의회가 시작됐습니다. 지방 의회가 생소하신 분들도 있으실텐데요. 국회 보다 규모가 작은 시와 도, 군과 구 단위의 의회를 말합니다. 규모가 작으니 지역 현안을 더 잘 대변할 수 있고 주민들과도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의회가 되겠지요. '풀뿌리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게 지방 의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방 의회 중에서도 광역시나 도처럼 규모가 큰 자치단체는 광역 의회, 나머지 시와 군, 구는 기초 의회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지방 의회 소속 의원들도 4년에 한번씩 선출됩니다. 이번 6기 의원들은 2010년부터 시작해 2013년까지가 임기인데, 이 가운데 첫 2년을 전반기, 나머지 2년을 후반기로 나눠 2년에 한번씩 의장단을 새로 뽑습니다. 그런데 이 후반기 의장 선거가 매번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전반기는 의원들이 선출된 직후 바로 의장단을 꾸리기 때문에 비교적 순탄하게 구성되지만, 후반기에는 의원들이 '자리'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대전에 다녀왔습니다. 중구 의회 의장단 선거에서 난투극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중구 의회는 우여곡절 끝에 의장단을 선출했지만, 이제 새로운 회기를 시작해야 할 의회 분위기는 침체돼 있었습니다. 중구 의원은 12명입니다. 이 가운데 초선 의원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중구 의회는 의장 1명, 부의장 1명, 상임위원장 3명 모두 5명을 선출하게 됩니다. 거의 절반 정도가 사실상 의장단인 셈입니다.
규모가 큰 의회에서는 당 내에서 미리 누가 의장을 할지, 부의장을 할지 결정한 상태에서 투표를 합니다만, 지방 의회 사정은 좀 다릅니다. 의장 선거가 막상 시작되자, 의원들 간에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한 당의 소속 의원은 다른 당을 지원하다 다른 의원들에게 폭언을 들었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임시 의장은 폭행을 당했습니다. 대회의장에는 마침 방청을 하던 주민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보건 말건 의원들은 난투극을 벌이다 의장을 선출하지 못한 채 해산했습니다. 결국 일부 당원들이 참석하지 못한 채 의장 선거는 마무리 됐습니다만 의원들 간의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의회가 전국에 한두 곳이 아닙니다. 경북 영주에서는 한 무소속 의원이 의장 선거에서 떨어지자 동료 의원을 폭행한 일도 있었습니다. 한 의원이 자신을 의장으로 밀어주면 부의장을 시켜주겠다면서 동료 의원들에게 각각 약속을 해놓고, 막상 의장이 되자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해 의원들끼리 다투는 의회도 있습니다. 폭력에 소송까지, 시작부터 볼썽 사나운 의회가 된 겁니다.
왜 이렇게 의장단에 목숨을 거는 걸까요.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이 누리는 혜택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합니다. 우선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업무 추진비부터 차이가 납니다. 일반 의원들은 매월 40만원씩 받는데 반해, 의장은 4백20만원, 부의장은 210만원, 상임위원장은 130만원씩 추가로 받게 됩니다. 해외 경비도 의장과 부의장은 연간 250만원, 일반 의원은 180만원으로 차이가 납니다. 의장은 개인 비서에 고급 관용차도 지급됩니다.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의장은 의정 활동을 하는데 있어 단체장에 준하는 대우를 받게 됩니다. 특히 자치단체의 예산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권한을 갖게 되는데 특히 지역내 재개발이나 도로개발 같은 각종 사업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런 권한을 토대로 정치적인 입지는 높아지고, 이로 인해 재선은 물론 보다 넓은 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렇다 보니 의장이 된 이후에도 잡음은 끊이질 않습니다. 이런 권한을 이용해 자기 사업을 하다 적발된 의장도 있고, 재개발 사업 관계자들로부터 뒷돈을 받고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의장들도 있습니다. 각종 비리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법처리 되는 지방 의원들은 매 기수마다 수백명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게 대체 우리가 알던 '의회'인가 싶으실 겁니다. 의장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더니, 막상 의장이 되고 나면 혜택에만 눈이 멀어 비리를 저지르는 행태가 끊이질 않으니 말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할 기초 의회가 주민들을 위한 일꾼이 되기는 커녕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게 바로 막장 드라마가 아닐까요. 이런 행태가 되풀이 되니 지방의회 무용론, 혹은 폐지론이 나오는구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의장 선출 방식부터 바꿔서 후보 등록제나 정견발표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상임위원장도 의장이 선임할 게 아니라 상임위원회를 먼저 꾸리고 그 가운데서 위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비를 아예 삭감해야 한다, 의장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여야 한다, 유럽식 의회처럼 아예 봉사활동을 하는 직책으로 규정해야 한다 등등 의회에 대한 생각도 다양할 겁니다. 공통점은 의회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든, 지역 내 현안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하길 바란다는 점입니다. 제6기 후반기 의회가 빨리 스스로 각성하고 주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의회로 거듭나길 바랍니다.